태양이 두쪽 나도

by vakejun


해가 서쪽에서 떠도,

그 눈에 흙이 들어가도,

차라리 개가 나아도


절대적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재벌 3세와 만나는 가난한 사람이 그랬고

열등감에 가득 찬, 조연 같은 인생들이 그랬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아득바득 우겨도,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사랑도 노력도 누군가의 앞에서는 쪼그라드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멸시를 받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침드라마 같은 예시뿐이었지만

거절당하는 삶이 한둘뿐이겠는가?


스스로의 다짐으로 인한 거절은?

하늘이 두 동강이 나도, 이것만은 지킬 거야!


하늘까지 걸고 맹세를 한 적이 있었나?

뭔가 걸진 않았지만 난 조금 많이 결심하는 편인 것도 같다.


팍팍하면 팍팍한 대로,

희망차면.. 근 십 년 넘게 '희망'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좋으면 좋은 대로 무언가를 해야지!라고 마음속으로 굳혔다.


누군가의 삶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내가, 혹은 그 사람이 바뀌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방향으로만 가라고 등 떠밀면 좋겠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얼른 성인이 되어야지.

성인이 되면 엄마, 아빠 이혼부터 시켜야지.

스무 살이 되면 집을 나가야지.


해는 늘 같은 방향에서 떴고, 이혼은 성인이 되기 직전 언니 오빠를 데리고 변호사 사무실까지 갔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나는 언니, 오빠가 뭘 아냐고 울부짖었지만 그들은 알았던 거다.

가장은 필요했고 나는 모르는 어른들의 언어와 선택이 있더라는 걸.

그게 맞더라는 걸.



어젯밤엔 돈을 많이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가 아니라 편안한 죽음을 위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 이치가 꼭 그러하다면 그러하시게나-하고 무심한 척 살았다.


당장에 필요한 먹는 인슐린 약이 개발되지 않는 한,

늘 그러하듯 식당 구석 테이블에 자리 잡고 팔을 걷어

복부가 아닌 팔에 주사를 투여한다.

그래서 여름이 싫은데 여름이 편하긴 하다.

복부를 조금 까는 것보다 반팔을 걷는 여름이,

내게는 조금 덜 초라하다.


약은 7년 전부터 개발된다고 했지만 새로운 소식은 없다.

그래서 무심해졌다.

계속되는 기다림에 무뎌지는 거다.


지속되는 가을 우기에 마음이 뿌예진 탓인가,

'은중과 상연'의 안락사가 언뜻 무력한 나의 삶에 무게를 준 것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시작은 이게 아니었는데 끝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무겁지 않길 바랐지만, 어딘가 불안한 마음에 잠식되는 통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모든 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자고 일어나면 해가 반짝하고 났으면

나을 일이라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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