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들

짐숭말고 다른 무언가를 찾았지만 대체할 수 없어 제목을 잘 못 지었다

by vakejun


가진 게 많지 않다.

건강을 잃었고, 아빠를 잃었다.

자주 거론되는지라 지겹겠지만 내겐 장기 하나와 핏줄 하나가 제 기능을 못하는지라 양해를 구하는 바.



가진 것에 초점을 두라..

나에게 일어날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억하는지..?


인간관계가 그랬다.

다시 말하지만 양보다 질이었고

나에겐 엄마와 짐숭 둘만 있으면 이 모진 세상 그래도 살아갈만하고 살아가질 것이다.

라는 결론에 겨우 도달.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사회친구.


어느 날 그토록이나 그것만이라도 가고 싶었던 콘서트 티켓을 구해줬던 너와

내 눈엔 그저 이쁘기만 한 그의 짝꿍.

되시겠다.



럭키 충만한 모태신앙의 그 아이는 나의 병에 대해 어떤 선입견도 편견도 가지지 않았으며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극복을 외치는 잠재적인 재능이 너무나 많은 나머지 술로 재능을 숨기는 건가 싶은 약간은 신박한 돌아이랄까..라고 썼지만 나는 알지.

녀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꽐라가 돼도 돌변하는 너의 빛나던 동공을. 예리한 놈이다. 살면서 척지면 안 되는 절대적인 인간상이며 곁에 두면 무조건적으로 힘이 되는 어벤저스상에 가깝다.


짝꿍은 녀석이 만나야 할 그리고 제어되어야 할 모든 키를 제대로 쥐고 있는 그야말로 "럭키야, 너 이제 X 됐어! 말 잘 들어!"상임에 확실하다.


짝꿍은 나와 혈액형이 같고 MBTI도 같으며 제압과 통제에 능숙한 편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쓰고 보니 과학적(?)으로도 우리가 잘 맞는 부분임을 증명하고 있다.

처음 봤을 때 소탈하게 웃는 걸 보고 난 알았지.

아, 저 아이구나!

어쩌면 짐숭들 다음으로 지독하게 엮일 내 인간관계들. 내 마음에 든 이상 벗어나긴 힘들 거다.



아이들은 시간이 날 때 보자고 하지 않는다.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어온다.

나이 답지 않은 공손하고 신경 쓰는 말투에 늘 놀랍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다.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술병이 쌓이고 자정이 넘는다.

아깝지 않다.


아이들은 때때로 나보다 훨씬 어른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데 짐숭1과 나는 그들이 없는데서 칭찬을 한다.

앞에서 하면 아부, 뒤에서 하면 뒷담화지만 우리가 뱉은 말은 대개의 경우 '에휴, 그래도 이것들 안 싸우고 오래갔으면.. 하는 일 잘 됐으면..' 하는 뒷방 늙은이의 절간기도 같은 개념이라.

정말 잘 돼서 흥해라! 의 기분이 이런 걸까나..


안 지가 얼만데 아직도 요조체-를 쓰는 녀석과 다른 이에게는 보여주지 않는다는 애교 섞인 목소리가 우리는 친밀해요-라는 것 같아 기분이 간지럽다. 집적 만들어주는 음식이며 구해다 주는 금손의 티켓들이 다음엔 요것들에게 맛난 거라도 먹여야겠다고 발동한다. 사실 별다른 일 없어도 그들을 연상시키는 아이템들이 발견되면(파란색이라던가, 말차소금이라던가) 자연스레 아이들이 생각나는 파블로프의 개가 돼버렸는데 이거? 나쁘지 않다.


이쁜 것들..


더 이상 쓰면 글자가 오그라들 것 같아 빠르게 마감 친다. 행복하자!

늘 청유형의 톡임에도 의문이나 반발 한번 없던 착한 애들..


사탕 먹자.

오늘은 달달하다.

아프고 나서 이 말 처음 쓴다(생색)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