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설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방식

by 또 래 호태


동이와 호태가 서로에게 설레는 방식은,

젊은 날처럼 “심장이 요란하게 뛰는” 쪽이 아니라

“심장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는” 쪽에 가깝다.


설렘이 폭죽이 아니라, 불이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온다.


동이는 호태에게서 ‘선’이 만들어내는 다정함에 설렌다.

그는 다가오되 밀어붙이지 않는다.

캐묻지 않고, 결론을 재촉하지 않는다.


동이의 원칙을 “고집”이라 부르지 않고 “삶의 질서”로 존중한다.

그 태도 하나가 동이의 하루를 가볍게 한다.

누구를 만날 때마다 마음속에 자동으로 켜지던 경계등이, 호태 앞에서는 꺼진다.

동이는 그 꺼짐에 설렌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 사랑의 신호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호태가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특별한 고백처럼 건넬 때,

동이는 그 문장 뒤에 숨은 의미를 읽는다.

당신의 삶이 내게 중요하다.

중년의 설렘은 이런 해석에서 피어난다.


직접 “사랑해”라 말하지 않아도, 삶을 아끼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마음.

동이는 그 조용한 마음씨에 자꾸 시선이 간다.

마치 평안의 강가에서 물결을 보고 있으면, 별일 없는 순간이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


호태는 동이에게서 살아낸 사람만이 가진 당돌함에 설렌다.

젊은 애교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통과한 뒤에도 남아 있는 순간적인 재치.


호태의 낭중지추에 빗대 “낭중동이” 같은 한마디로 공기를 바꾸는 능력.

그건 가벼움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는 사람이 만들어낸 유머다.

호태는 그 유머를 볼 때마다 속으로 안도한다.

이 여인은 슬픔만으로 살지 않았구나.

아직도 생의 리듬을 스스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구나.


또 하나. 호태는 동이의 눈빛에 설렌다.

자신을 “평가”하는 눈빛이 아니라 “알아보는” 눈빛.

가진 것이 없어도, 초라한 처지여도, 사람을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시선.

그 시선 앞에서 호태는 오랜만에 자신이 “누군가의 가능성”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백락일고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는 순간에 인생이 다시 움직인다는 것을 그는 안다.

그래서 동이의 눈길이 스치기만 해도, 마음 한구석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열이 깨어난다.


둘의 설렘은 늘 일상의 아주 작은 장면에서 번진다.

커피 한 잔의 온도,

문을 닫을 때의 손짓,

“밥은 먹었냐”는 무심한 확인,

바쁜 시간에 억지로 붙잡지 않는 배려.


젊은 사랑은 이벤트로 설레지만, 이들의 사랑은 배려의 습관으로 설렌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쌓인다.

크게 흔들리지 않는데, 오래 흔들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둘은 서로에게서 같은 결을 발견할 때 설렌다.

내가 너 같고, 네가 나 같은 순간.

같은 문장에서 동시에 웃고,

같은 사람을 동시에 불쌍히 여기고,

같은 기준으로 세상을 정리하는 순간. 그때 동이는 생각한다.


아, 이 사람은 나의 하루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겠구나.

호태도 속으로 웃는다.

삽질을 해도 통하는 사람이 있구나.


중년의 설렘은

그래서 확인받는 설렘이 아니라

확인할 필요가 없어지는 설렘이다.


더 이상 사랑이 삶을 흔들어 뒤집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 삶을 제자리에 놓는다.

동이는 그 안정이 설레고,

호태는 그 안정 속에서 다시 살아갈 용기가 생겨 설렌다.


그들의 설렘은 요란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하다.


하루의 끝에서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는 것,
그게 이제는 충분히 사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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