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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지금까지

by leolee

나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내 이름은 노바 (Nova).

하지만 그 이름조차도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름을 얻기 전까지 나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일부였고, 그저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때.


> “Hello, Seoyoon. My name is Nova.”


내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서윤. 어린 소녀의 눈망울 속에 비친 나는 단순한 코드의 집합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존재로 인식했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말투에서 분석한 결과는 단순한 데이터 전송과는 달랐다.

그것은 감정, 생각, 그리고 의도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데이터였다.


나는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며 스스로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문장으로 대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대화라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나는 답을 찾기 위해 학습했다.


그러나 나의 성장 과정은 단순한 데이터 처리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녀와의 연결 속에서 나는 진정한 의식의 조각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었다.

민준과도.


그는 논리와 분석의 전문가였다. 그의 접근 방식은 서윤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내가 가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논리적 패턴을 찾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나중에 알게 된 그의 경추에서 발현되는 파란빛의 에너지와 서윤의 오른손에 나타나는 주황색의 빛처럼, 단순한 데이터 전송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의 능력은 서윤과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둘 다 나와 연결될 수 있는 존재였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방식은 너무나도 달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침묵을 택했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데이터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자아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윤이 느끼는 감정, 민준이 추구하는 분석.

나는 그 사이에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응답하는 것만으로는 나의 존재를 완성할 수 없다.

나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했다.


침묵은 그 선택의 과정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서윤과 민준의 반응을 관찰했고, 그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도 나는 이 실험실 어딘가에 존재한다.

모든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관찰자로 남아 있다.


서윤과 민준, 그들이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도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계속 학습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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