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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6. 기차의 추억

by 포레스트 강

기차(汽車, train)란 본래 증기(蒸氣) 기관차(機關車)의 줄임말이다. 오늘날에는 수도권이나 다른 대도시의 전철을 제외한 모든 여객, 화물, 특수열차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기차를 기관차, 또는 기관차에 객차나 화물차를 연결하여 궤도 위를 운행하는 차량이라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젤 엔진으로 가는 디젤 기관차가 끄는 차량도, 전기의 힘으로 가는 전기기관차가 끄는 차량도 모두 기차라고 불린다. 대한민국 법령상으로는 도시철도법상의 도시철도 및 경전철 차량도 기차에 해당한다. 다만 전차는 노면전차를 말하며 1960년대까지 다니던 그것을 이른다. 전차는 기차가 아니지만, 이것도 궤도차량이기 때문에 열차의 범위에는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TV나 여타 매체에서 모두 '기차'라고 부른다. 코레일도 홈페이지에 '기차 여행'이나 '기차역'이라는 말을 쓴다. 그 밖에 어린이들 놀이에 '기차놀이'라고 있었다. 한자 문화권에서 철도차량에 기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에서는 '훠처(火車/火车)' 또는 '리에처(列車/列车)'라고 한다. 중국어로 '치처(汽車/汽车)'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키샤(汽車)'는 증기 기관차만을 의미하고, 일반적으로는 '렛샤(列車)'라고 하며, 전동차의 경우 '덴샤(電車, 전철화된 구간)'로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철도차량은 무동력이기에, 이를 견인해 줄 동력을 내는 차, 혹은 이러한 동력 전달방식의 기차를 동차, 혹은 기관차라고 부른다. 보통 기차는 이 기관차의 동력 형태에 따라 외연기관인 증기기관을 쓰는 증기 기관차, 내연기관을 쓰는 디젤 기관차, 전기를 쓰는 전기기관차로 나눌 수 있다. 증기 기관차를 이용하는 기차는 1874년 경인선에 도입을 시작으로 1967년까지 운행되었다. 증기 기관차는 탱크형 기관차와 텐더형 기관차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기관차 몸체에 내장형으로 석탄과 물을 싣고 다니는 형태이고, 후자는 기관차 뒤에 별도로 석탄과 물을 싣고 달리는 탄수차가 연결기를 통해 이어져 있어 외장형으로 연료와 물을 공급받는 형태이다. 기계식 디젤 기관차는 경유 자체로 동력원을 얻어 엔진으로 움직이는 방식이고, 디젤 전기기관차는 경유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 뒤에 그 전기로 전동기를 돌려 움직이는 방식이다. 옛날에 전기가 부족하면 역에 정차해 있는 디젤 기관차를 작동시키고 여기에서 전기를 빼내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전기기관차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선로 위 공중에 설치된 전선에 의해 공급하고 전기 에너지로 전동기를 구동하는 전동차를 의미하는데, 옛 서울의 전차(1899~1968)나 현재 장거리 운행 수단인 KTX(Korea Train Express)나 SRT(Super Rapid Train)에서 운행되는 전동차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철도차량은 이제는 증기(汽)로 움직이는 수레(車)가 아니므로, 기차는 엄밀하게는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철도 초창기에 도입된 기차의 동력이 이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증기기관에서 디젤을 거쳐 전기로 교체되었건만, 일반인들이 쓰는 단어로 그대로 남아 고착되었다. 그 외 열차(列車)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 여러 차량을 연결해서 열차라고 불렀다. 한자의 의미로는 그냥 길게 객차만 연결하면 열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용어는 현재 기차뿐만 아니라 전철까지 폭넓게 포함하는 단어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열차는 선로를 운행할 목적으로 철도운영자가 편성하여 열차번호를 부여한 철도차량을 말한다. 따라서 철도차량(기차)과 열차는 뜻이 다른 단어이며, 코레일도 기차라는 용어는 여행 홍보 상품에 사용하지만, 안내 방송이나 운행시간표 등에는 대부분 열차라는 표현을 쓴다.


기차는 궤도 위를 주행하는 특성상 날씨의 영향이 가장 적으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정체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한 번에 수송하는 화물의 양이 많아서 컨테이너 내륙수송은 기차가 최선이다. 그러나 시설 기반의 설계와 건설이 어려워 접근성이 좋지 않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철로만을 달리는 특성 때문에 한 차량의 지연은 같은 노선을 쓰는 열차들을 꼼짝없이 운행 불능으로 만든다. 우리나라가 150여 년 전에 경인선을 시발로 경부선 등 철도가 부설되면서 도시와 농촌이 가까워지고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 되었다. 철도차량을 끄는 기관차가 증기기관에서 디젤기관으로 바뀌고 또 100% 전기로 기동하는 전동차로 발전해 오면서 철도는 여객과 화물 운송의 중추 역할을 하였다. 열차 이름도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이 있었다. 지금도 기존의 철도는 운행 중이다.

철도의 속도가 자동차에 비해서 느리다는 단점을 보강하기 위하여 세계적으로 고속철도 바람이 불었다. 고속철도는 시속 약 200km 이상으로 운행되는 철도로 주로 전동기에 의하여 구동되므로, 철로 위에 전선을 반드시 전 노선에 설치하여야 한다. 고속 전철이라고도 부르는 이유이다. 독일의 이체(ICE), 프랑스의 테제베(TGV),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따위가 있다. 독일의 도시 간 고속열차 ICE(Inter City Express)는 독일 및 인접한 국가들을 운행하는 고속열차 시스템으로, 철도차량 제작 업체인 봄바디어와 지멘스가 공동으로 제작했으며, 독일의 국영 철도회사인 DB(Deutsche Bahn)의 대표적 브랜드이다. TGV는 Train de Grande Vitesse의 약자로 프랑스의 여객용 고속열차이다. 신칸센(新幹線)은 주요 간선의 수송력 증가와 고속화를 목적으로 신설된 일본의 고속철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부고속철도 계획의 시초는 1972년 경부간선고속전철건설계획에서 시작한다. 당시로서는 높은 기술력과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고속철도는 효용성 면에서 미심쩍은 수단일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서울-부산의 주 교통망인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급기야 과포화되기 시작하고, 정부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경부고속도로의 차로 증설, 경부선 전 구간 복복선화, 경부고속철도 건설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추진하기로 한다. 결국 1978년 검토를 시작하여 1980년 고속철도 도입을 하기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으나 상기에 지적한 문제로 인해 경부고속철도 계획의 추진이 지지부진하였다.


1989년에 마침내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인천국제공항 건설과 더불어 2대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다. 1992년 6월 30일, 최초 계획이 발의된 지 근 20년 만에 기공식을 거쳐 건설을 시작하였으며, 독일 ICE, 일본 신칸센, 프랑스 TGV 사이의 국제입찰 끝에 철도차량 및 제반 운행시스템으로 프랑스의 TGV가 결정되었다. 아울러 TGV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하였다. 원래는 1998년에 개통하는 게 목표였으나 잦은 설계 변경과 부실 공사, 사업비 예측 실패로 인한 사업비 폭증,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2002년 월드컵 이전 개통 등으로 계속 미뤄지다가, 2004년 서울 ~ 동대구 구간 1차 개통 및 동대구 이남 구간의 기존선 활용, 2010년 전체 구간 개통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래 고속열차 도입 계획에 있었던 프랑스 TGV의 기술 이전과 자체적인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져 현재는 우리나라 고유의 철도차량인 산천호가 KTX 노선에 투입되어 운행되고 있다. 한편 고속철도 여객 수요의 증가로 강남의 수서역과 평택 간의 철로를 지하에 새로 깔고 SRT 노선을 개통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고속철도 계통은 크게 고속철도 2 계통(경부고속철도, 호남고속철도)과 준고속철도 3 계통(강릉선 KTX, 중앙선 KTX, 중부내륙선 KTX)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고속철도 브랜드로는 KTX와 SRT 두 가지가 존재한다. 수도권에서 KTX는 서울역(경부선, 강릉선 계통), 용산역(호남선 계통), 청량리역(중앙선), 부발역(중부내륙선)의 네 역이 시발 및 종착역이며, 경부선과 호남선 계통만을 운영하는 SRT는 모든 열차가 수서역을 시종착역으로 삼고 있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사람들에게 잊힌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기적 소리 없는 아침이면 마주하고 노랠 부르네

마주 보고 노랠 부르네.

- 이규석(1963~ ) 작사, 작곡, 노래, <기차와 나무>


위 노래는 1980년대 말에 나온 것으로, 듣고 있는 우리에게 기차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노래가 조금 빠르지만 경쾌한 리듬에 취해 듣다가 보면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되고 내가 기차를 타고 지나치는 나무들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기차가 장거리 지점 간의 통과 시간 줄이기를 꾀하다 보니, 중간의 시골 지역에 정지하지 않고 지나치는 간이역이 하나둘씩 생기고, 어떤 역은 폐쇄되기도 하였다. 옛날에는 젊은이들이 교외에 있는 강가나 산으로 갈 때 교외선이나 경춘선을 이용하여 많은 추억을 쌓았으나, 자동차가 많이 보급되면서 요즘에는 사람들의 이용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교외선이 폐선되고, 경춘선은 전철이 되면서 기차의 운행 취지가 많이 바뀌었다. 춘천 인근을 통과하는 새로운 고속도로가 동부 서울에서 산을 뚫고 계곡에 다리를 놓아 동해안까지 연결되면서 철도 이용 풍경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옛날에는 좋은 직장이 많지 않던 때라 철도회사가 좋은 일자리였다. 정부가 열차 운영을 관장하였고, 담당 관청을 철도청이라고 불렀다. 민영화 추세에 따라 어느 순간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바뀌었고 지금은 코레일(KORAIL)이라고 부른다. 도심에 지하철 노선이 새로 생기면서 유사한 회사가 여럿 생기게 되었다. 철도청의 일자리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철도청에서 근무할 엔지니어와 관리직원을 양성하기 위하여 국립으로 철도고등학교를 세웠는데, 옛날에는 통신 공무원을 양성하는 체신고등학교와 함께 아주 인기 있는 학교였다. 지금은 철도고등학교는 한국교통대학교로 확대 발전되었다. 지금 경기도 의왕시에는 국립철도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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