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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

작가의 꿈을 이루다

by 북곰

어렸을 때 내 꿈은 만화가였다. 그 당시 대히트를 쳤던 '드래곤볼', '란마 1/2', '북두의 권' 등을 보며 만화가의 삶을 꿈꿨다. 공부하라는 교과서, 노트는 나의 습작의 대상이 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습작한 결과 얼굴 하나만큼은 제법 그렸다. 한데, 독창적인 것이 아닌 루미코 여사의 란마 캐릭터 그림형태로 그렸다. 만화작가의 삶을 살고자 했다면, 그림형태를 바꾸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어야 할 것이다. 오락실에 한참 인기 있던 '용호의 권'을 모티브로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둘째 동생과 악당을 물리쳐 구하는 만화를 그렸다. '용호의 권' 스토리를 그냥 복사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당시 오락실 기판은 일본거라 자막 등이 일본어로 쓰여있어 해석이 안된 상태였는데, 상상으로 채운 부족한 스토리가 용호의 권 내용과 같았다. 표절 작품이지만 간간히 일상의 모습을 그려 넣었던 내 기준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어머니가 '만화책을 불 지르겠다'라고 하고, 심지어는 버리기까지 하였는데 어머니의 만류가 아니어도, 나는 내 재능의 한계를 이미 깨닫고 있었다. '만화가는 힘들구나, 뭔가를 창조한다는 건 고통이구나' 그렇게 해보고, 현명하게 꿈을 빨리 접을 수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배우고, 독서를 하게 되고, 찬란하지도 않고 소소하게 진저리난 삶을 경험하며 꿈을 가졌는데 그게 바로 '작가'였다. 뜻은 높으나 게으르고, 실천적 사람이 아니라 그냥 멀뚱멀뚱 가만히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도 못했다. 날 잡으려고 오는 사람을 피해 날아가야 하는데 두 눈만 감고 가만히 있다 잡히는 꿩처럼 말이다.


인연이 참 신기하게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같은 회사에 늙은 팀장님이 '브런치'를 알려주고, 거기에 글을 써보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어떤 글도 쓰지 않은 체 '작가 신청'을 눌렀다. 물론 뭐가 있어야 신청이 되지 중간까지 갔다가 '아이구야 글을 써서 심사를 받는거구나'라는 걸 알게 되고 그때부터 글을 썼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글을 쓰면 쓸수록 글 쓰는 건 어렵고, 읽으면 읽을수록 '왜 이렇게 엉망이지'라는 생각을 가졌다. 나는 가만히 어떤 때는 더 조금씩 뒤로 가는데 '작가'는 꾸준히 앞으로 멀어져만 갔다. 수십 편의 글을 작성하고 퇴고하고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내면서 도저히 '작가 신청'을 못 누르는 거였다. '브런치'검색해서 들어오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어떤 날은 애써 바쁘다면 그랬고, 다른 날은 '정치 및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지'라며 피했다. 그러다가 결국 '작가신청'을 눌렀고 며칠이 지나서 브런치 작가라고 축하 메시지를 봤다. 기분 좋은 감정이 물처럼 스며들며 젖어갔다. 애써 태연한 척해보려고 노력도 했다. 한데 기분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다. '껄껄껄 그럼 그렇지. 브런치가 사람을 잘 보는구먼'라고 생각하며 무척 기뻤다. 요 근래 기분 좋은 일이 없던 나였는데 생각날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1주는 그냥 행복했다. 내가 봐도 '참~ 소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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