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보러 가다 3

뒹굴뒹굴 2일~3일 차

by 북곰

"네? 내일 할아버지 제사라고요"

"응 내일 할아버지 제사다. 고모들이랑 삼촌 올꺼야."

"아니 아버지! 저에게 그런 애기 안 하셨잖아요. 내일 제사 준비 어떻게 해요?"

"너희 고모들이 알아서 할꺼니까... 너는 신경 안 써도 된다."

어제 아버지와의 대화로 오늘 할아버지 제삿날인걸 알았다. 아버지를 모시고 근처라도 돌아다닐 계획이었는데 나도 황당했지만 내 아내는 더 당황했다.

"오빠 나 어른들 보는 건데... 제사 준비는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어떡하지"

답답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없이 아버지께서 한 말 그대로 전달했다. '걱정하지 마라. 고모들이 오시면 바로 제사 음식도 만드시고 다 할 거다. 우리는 아버지 모시고 어디 근처라도 돌아다닐 생각만 하면 된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께서 아침에 '동네 회의'가 있다면 나가신 거다. 집안에 나랑 아내만 멀뚱멀뚱 있는 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게 둘 다 게으르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다.

"오빠 아버님 회의 끝나고 오시면 같이 식사하러 가요"

"응 그럽시다. 그럼 그동안 조금 쉬자고~"

신나게 브런치 글을 읽고,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다 어느덧 시간이 1시를 넘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우리 둘이라 배가 너무 고팠다. 아버지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니 아버지 말씀이

"나 마을회관에서 점심 먹었는데... 지금 술 한잔하고 있다. 너희들 알아서 먹어라"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당황했고, 스피커폰으로 듣던 아내도 황당한 표정이었다.

"차 타고 인근 읍내로 가서 식사합시다."그 말과 함께 나와 아내는 바로 차로 달려갔다. 뚱뚱한 사람들이지만 배가 너무 고파 정말로 빠르게 차에 탑승했다. 차를 운전하면서 아내에게 맛집 검색하라고 했다. 이 친구는 잘하는 건 없는데 딱 하나 잘하는 게 맛집을 잘 찾는다.

"갈비김치전골 어때?"

"응, 읍내에 잘하는 집이 있어?"

"오빠 고향인데 오빠가 더 잘 알 거 아냐?"

"중학교까지만 여기서 살았고 타향에서 지낸 지 벌써 30년이 넘어. 내가 어떻게 알아"

투닥거리며 아내가 찾은 '갈비김치전골'식당으로 갔다. 시골이 좋은 게 주차공간이 도시보다 훨씬 많다. 편안한 주차 후 우리는 식당으로 달려갔다. 어제 내린 눈이 얼은 거리라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식당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먼저 나온 반찬을 먹었다. 생각보다 정갈하고, 맛있는 반찬이라 슬금슬금 좋은 느낌이 올라왔다. 이윽고 기다리던 갈비김치전골이 나오고 국물이랑 갈비를 흡입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맛이 났다. 알 수 없는 반가움에 더 많이 먹었다. 공깃밥에 하나 더 추가하고 아내와 나는 배부르게 먹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아버지 집으로 갈까 하다가 이왕 읍내 나온 것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 여기 읍내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아니 정확히 얘기한다면 '국민학교, 중학교'였다. 식당에서 나와 초등학교로 갔다. 아내에게 우리 학교 자랑인 300년 넘는 느티나무를 보여줬다. 수령이 380년 넘은 나무라 폭이 넓고 가운데 부분에는 아이 하나가 충분히 앉아서 사색할 공간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존재에 대한 고찰을 여기 느티나무 가운데 둥치에 앉아서 했다네... 나는 왜 존재하는 걸까? 왜 태어난 걸까? 사람은 왜 아프고, 늙고 죽어야 하는가? 등등 수많은 고민을 했지, 답은 없었고, 오직 눈물만 있었네"

지금은 보호수로 지정돼 올라갈 수도 없는 느티나무 주변을 돌며 담담히 이야기를 하는데,

"뭐래! 못생긴 넘이! 분위기 잡으니까 괜히 킹 받는구먼"

"..."

'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친구' 때문에 더 이상의 옛 추억은 없었다. 아내를 데리고 중학교로 향했다. 초등학교 옆에 붙어있는데,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담벼락을 넘지 않는 한 크게 돌아가야 한다. 초등학생 때는 담벼락 가운데 턱을 밟고, 윗부분을 손으로 짚고 올라가, 다리를 걸쳐서 뛰어넘고 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아내와 함께 돌아가는 중에 '붕어빵'집이 보였다.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는 참새처럼 바로 붕어빵을 구매했다. 중학교 정문 앞에서 학교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학교가 쉬는 날이 아닌 걸 생각했다.

'아, 나만 오늘 연가내고 쉬는 거지...'

정문만 구경하고 아내와 함께 차로 돌아왔다.




아버지 집으로 오니, 시간이 어느덧 4시가 다 되었다. 방전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바로 잠을 청했다. 잠이 설핏 들려고 할 때 집이 소란스러워졌다. 고모, 삼촌 등 친척들이 도착한 거다. 반가워 얼굴을 보니 다들 나이도 많이 드시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야 정상인데 고모 두 분 다 염색을 해서 나보다 머리가 희지는 않았다. 친척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할아버지 제사 준비를 하는데 순식간에 전을 다 부치고, 이것저것 과일 등을 제사상에 올리더니 금방 끝났다... 동영상 빨리 감기 하듯이 나는 '어, 어어' 몇 번 했더니 제사가 끝나있었다. 물론 전 부치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던 사람도 나와 아내였기에 더 정신이 없었던 듯싶다. 늦은 저녁을 먹고 온 가족이 신나게 떠들고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와 함께 하려고 했던 여정은 어느 좋은 날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보내지 못했다. 그래도 큰 웃음 가지고 다시 내가 사는 곳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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