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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 밥밥 Oct 13. 2024

ADHD는 참지 않긔!

대자본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든 게 상품, 서비스로 번벅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도 없고, 소비를 위해 살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카드를 신나게 긁어, 통장은 항상 너덜너덜하다. 버는 돈은 자꾸만 나를 떠난다. 월세, 통신비, 공과금, 식비, 생활용품 나란 인간이 취미도 없고 저렴하게 숨만 쉬는데 월 200만 원은 뚝딱이다. 20대에 1억을 만들기 강의가 너무나 많은데, 난 정권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벌써 30살임으로 포기한다. 이 마저도 결제인데, 저 강의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다. 난 얼마를 모아야 하지?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살 수 있다. 삶의 의지는 내가 얼마나 무언갈 열망하는지에 따라 그 불꽃의 크기가 가늠되는 듯하다. 난 활활 타오르다가도 눈 바닥에 떨어진 성냥처럼 바닥을 쳤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 뛰어들어 몸으로 부딪혔다. 보호구 없는 몸통 박치기는 멍이 든다. 그 상처마저도 준비하고 주저하는 거 그거 인풋중독자들을 조롱할 수 있는 훈장 같았다. 나는 시작할 때 가장 크고 성과도 잘 낸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고 빨리 달린다. ADHD 이름 자체가 주의력 결핍인데, 난 맨바닥에도 걸린다. 그렇게 넘어지면 안 일어난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땅굴을 파서 나 자신을 묻는다. 역시 이번에도 실패, 이건 나랑 맞지 않네. 짧으면 3일, 길면 일주일 단기 속성 포기 가이드다.


어두운 굴 속 이번에도 나의 부족함 따지기 평가 기간이 돌아왔다. 똑똑하지 못했고, 영어를 잘하지 못했으며, 창작능력이 부족했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 내 인생이 이 거지 같은 회사의 주 5일 출근하는 회색 도시 인간으로 정해져 있음을 다시 한번 선고받는다. 판사와 피고인만 있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재판에서 매번 지고 만다. 고액 연봉자나 디지털 노마드나 수익 파이프 라인 그런 거 하고 싶은데 난 너무 무능력하다. 땅바닥에서 자신을 갉아먹으며 잠에 든다. 중력보단 자기장이 아닐까? 자석이 된 것마냥 바닥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 공기업, 대기업, 블로그, 이모티콘 작가 등 셀 수 없는 경력의 죄인에게는 잠금장치가 필요 없는 강력한 감옥이다.


어둠은 수면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새로운 아침엔 태양도 어제랑 다르다. 잠을 잘 자는 나는 사랑스럽다. 불면 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한 번도 안 깨고 7시간을 자는 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내가 삶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 근로계약서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 출근하기로 한다. 내 인생 그래프는 주식보단 코인 그래프를 닮았을 거다. 하루에도 고점과 저점을 왔다 갔다 하며, 자신감 풀매수와 풀매도를 반복하는 허상의 시장임이 닮아있다. 또 다른 닮은 점은 이걸로 돈 버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


난 하고 싶은 게 없다. 그래서 신념 없는 허상에 휘둘린다. 갖고 싶은 것도 없다. 바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내 욕망의 항아리는 너무 소박해서 당장 해치워도 삶이 흔들리지 않는다. 가난한 삶을 살았던 이는 욕심내거나 포기한다. 후자를 선택한 나는 가질 수 없음의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나온 치킨을 주문하거나 과하게 아이패드를 할부로 긁고, 다행히 5년째 유용하게 쓰고 있다. 최저시급 받던 시절 말도 안 되는 소비 1위로 랭킹된 사례다. 문득 꿈을 키운다는 말이 새롭다. 새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다듬고, 아껴줘야 하는데 나는 참기름 가져와서 바로 나물 무침 해 먹는다. 인내로 오두막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나의 ADHD 충동성은 이런 식으로 발현됐다. 버킷리스트도 없고, 인생이 낙이 없다. 왜 나는 하고 싶은 게 없을까, 혹시 죽고 싶은 건 아닐까. 우주에 나만 유유자적 떠다는 것만 같은 삶이었다. 답은 견디기. 약을 먹고 어느 정도 절제가 느껴졌다. 처음으로 오늘밤 배민 안 켜고, 이번주 주말 점심에 사랑하는 사람과 어느 맛집을 갈지 고민을 해봤다. 당장의 내 도파민이 아니라 일주일 뒤, 아니 미래의 내가 행복을 상상하는 경험이 벅차올랐다. 고작 나의 한 끼니지만, 이 감동을 안쓰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동지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 ADHD의 진단은 전문가를 통해 받으시길 바랍니다. 약물 효과 역시 개개인마다 편차가 있으니, 전문가의 처방에 따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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