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귀지 스쿨 생활은 여러모로 나에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는 큰 마음먹고 내가 랭귀지를 하고 있는 대학 정치 외교학 과의 입학사무실(Admission office)을 찾아가기로 했다. 나는 입학사정 담당자에게 “내가 왜 입학을 거절당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거절된 이유를 누구에게 듣지 않아도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나의 학교 성적과 수능시험 점수가 많이 부족한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나는 지원하기 전부터 나에게는 너무나 무리수인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담당자의 대답을 듣고 놀랐다.
“당신이 불합격된 이유는 성적이 아니라. 당신의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내가 다니고 있는 랭귀지 스쿨에서 우수한 영어점수를 받으면 학교에서 나의 입학 여부를 재 고려해 보겠다고 뜻밖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쉽게 믿어지지 않은 이 소식을 듣고 한없이 기쁨이 밀려왔다.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리는지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분명 내 실력으로는 이런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없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갖게 되니 이것은 나만의 힘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 주어서 생긴 기적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이 나의 일을 이끌어 주신다는 사실을….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가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좋은 대학교를 다니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해보자.’하면 될 수 있겠다.” 그러면서 나는 나에게 말했다. “하느님이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다.” 3개월 동안 랭귀지 스쿨에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실제로 랭귀지 스쿨은 언어와 문화를 익히며 놀려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는 대학에 임하는 입시생 이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3개월 뒤 랭귀지 스쿨에서 어드미션 오피스가 원하는 영어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어드미션 오피스를 찾아가자 그들은 나에게 또 다른 숙제를 주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정치외교 학과에서 하는 서머 강의의 하나인 ‘정치 외교의 기본’ 과목을 좋은 성적으로 이수하면 나의 입학을 재 고려해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피스를 나오며 ‘아직도 나에게 기회가 있는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졌다. 서머 강의를 듣다 보니 나는 이 학교에 더욱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은 재력가들의 자제들과 더불어, 한국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재들의 모임이었다. 그중에는 미 상원의원의 딸도 있었고 스탠퍼드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친구들과 더불어 한국 외무부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그 당시 미국 잡지 ⟨USNEWS⟩에 의하면 국제정치 분야에서는 미국 내 대학에서 내가 다니게 될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분교가 하버드대학 다음으로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모든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더욱더 이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무사히 2개월 과정인 서머 강의를 이수하게 되었다.
내가 서머 수업을 마치고 난 후 그들을 찾아 가자 그들은 입학위원회를 열어 내가 지난 시간 동안 열심히 도전한 정신과 이 학교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게 되었고 결국 입학을 승인해 주었다.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또한 미국대학교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 명문대학교는 공부를 못하더라도 들어갈 수 있다. 나 같은 케이스도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머리가 영특한 학생도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끝없는 노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위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갈구하는지를 봄으로써 그 대학교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찾는 것이었다.
나는 입학원서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 만두 판매에서 이민생활, 철인 3종경기 선수생활 등 역경을 극복하고 내 의지를 펼치려 함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대학교 MBA를 마치고 대기업에서 근무도 하고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나의 능력과 발전에 대한 비전을 보여 주며, 입학을 허가해 준다면 후에 모교를 빛내는 훌륭한 인물이 되어 보답할 것이라고 포부를 확실히 밝혔다.
실질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미국 교육방식이 나의 스펙과 맞아떨어졌나 보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실제로 나는 성적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당시 1회 입학생으로 후에 명문학교가 된 대원외고를 지원하여 입학하였다. 브라질에서는 학부를 비교적 경쟁률이 약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무역학에서 전통이 있었던 파스피(FASP)라 불리는 야간대학교를 다니면서 낮에는 일하면서 학비를 충당하고 석사는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싶었다. 브라질은 학부는 들어가기가 어려웠지만 의외로 석사 지원율이 저조했기 때문에 남미 최고의 사립대학 맥킨지(Mackenzie) 대학에서 입학하여 MBA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미래지향적인 나의 포부를 명확히 밝혀 32세에 미국 명문대학인 캘리포니아대학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 정치학 석사로 입학했다. 그리고 40세에 연세 대학 스포츠 레저 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졸업했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명문대는 공부를 잘하고 돈이 있어야 들어가는 것보다 태어날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수재로 태어났거나, 명문대가 너무 가고 싶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만이 갈 수 있다.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얻을 수 있다’고 하듯이 용기와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단기간에는 명문대에 입학할 수 없어도 언젠가는 꼭 들어갈 수가 있다.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어차피 졸업하면 같은 것이 아닌가?
주로 공부 잘하는 애들은 자만심에 빠져 잘난 체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부유한 집 자녀들은 부모님이 가진 재산을 믿고 안일한 생각에 빠지기가 쉽다. 명문대학들은 나처럼 가난하고 공부 못하고 손에 아무것도 쥔 것 없지만, 희망을 가진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다. 내가 61개 대학을 지원하고 실패하여 실망에 차있을 때 신호범 미국상원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써서 그에게 답장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구스타보! 세상에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꼭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기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