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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스러움이 오롯이 담긴 산뜻한 막국수

by 바롱이

포천고발 60-1번 버스를 타고 관인문화체육센터에 내려 초과리 오리나무로 향한다. 초과리 오리나무로 걸어가는 길, 무밭과 산이 보인다. 멀리서 뜨내기 여행객을 본 개 한 마리가 짖으며 다가온다. 밭일하시던 어르신이 개에게 주의를 준다. 가까이 다가와서는 짖지 않는다. 사진 한 장 찍어 주고 오리나무로 발걸음을 옮긴다.


10여 분 더 걷다 보니 길 가 좌측, 마을 앞 논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확 트인 자연이란 무대에 주인공처럼 우뚝 서있었다. 처음인데도 ‘아 저 나무구나’ 알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와의 첫 만남이었다.


오래보아야 아름답다,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

초과리 오리나무현재 남아 있는 오리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된 노거수로 수령은 약 230년으로 추정된다. 나무의 높이는 21m이고 나무넓이는 17m, 가슴높이 둘레는 3.4m 이며 마을 한가운데 논 사이에 우뚝 솟아 있다.

초과리 오리 나무는 1982년 10월 15일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규모와 수형의 아름다움이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나라의 오리나무 중 최고로 평가받고 있어 식물학적 대표성이나 생활문화의 관련성에서 가치가 높아 2019년 9월 5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사방을 둘러 가며 오래 바라본다. 새소리, 바람 소리와 함께 아로새겨진 오리나무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간직하고 미리 봐둔 막국숫집으로 1.4km 정도 걸어간다.


관인약수터막국수는 포천사거리에서 삼율리 방향으로 가는 길, 우측에 있는 막국수 집이다. 식재료로 사용하는 농산물은 주인이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농산물을 사용한다.


막국수는 직접 제분하여 자가 제면한다. 주문 즉시 뽑는 막국수는 명태식해를 얹은 명태식해 막국수, 동치미 국물에 메밀면을 넣은 담백한 막국수, 비빔 양념을 넣은 막국수 등을 맛볼 수 있다.


맷돌에 간 녹두 빈대떡, 뽕나무 수육, 메밀 왕 찐만두, 사골 국물에 메밀 김치만두와 메밀 칼국수가 들어간 사골 메밀 칼만두등도 판매한다.


담백한 막국수를 주문한다. 메밀차와 주전자에 따뜻한 육수를 담아 내준다. 구수한 향과 감칠맛으로 따뜻하게 입을 달래준다.


잠시 후 막국수가 식탁 위에 놓인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메밀면 타래를 담고 채 썬 오이, 무절임, 배, 달걀을 고명으로 얹어 동치미 국물을 한가득 부은 다음 깨를 뿌려 내준다. 절임 무, 깍두기, 백김치, 겨자, 양념간장 등을 곁들여 먹는다.


시골스러움이 오롯이 담긴 산뜻한 막국수

막국수 담음새를 눈으로 즐겨본다. 맑은 동치미 국물에 하얗고 푸른 채 썬 오이와 노란 깨가 무심한 듯 툭툭 뿌려져 있다. 갈색 몸통에 검은 점들이 콕콕 박힌 메밀면 위에는 하얀 무절임, 배, 달걀이 얹어져 있다. 식재료들이 수수하게 어우러진다.


동치미는 직접 재배한 가을무로 1년에 한번 동치미를 담궈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물로 희석한다. 그릇째 들고 동치미 국물을 쭈욱 들이켠다. 맑고 투명함은 시원함으로 먼저 다가온 후 부드러운 산미로 입안을 은은하게 감친다. 여릿한 군내가 숙성의 맛을 느끼게 한다. 동치미 국물에 따라온 톡톡 씹히는 깨는 국물 맛을 해하지 않고 고소함을 뽐낸다.


젓가락을 든다. 잠시 머뭇거리다 찐 달걀과 배를 집어 먹는다. 달걀은 주린 위를 엇달래고 신맛 뒤에 먹은 배는 달곰하다.


젓가락으로 면 타래를 국물에 풀고 크게 한 젓가락 떠먹는다. 면은 이에 맞버티지 않고 뚝뚝 끈기며 제 몸을 맡기고 겉메밀의 거친 식감은 혀에 닿는다. 엇구수한 향도 흐릿하게 코를 놀린다. 면에 묻힌 동치미 국물은 촉촉함과 풍미를 더한다. 젓가락질에 따라온 오이채는 다른 질감과 풍미로 메밀면과 비교된다.


담백한 막국수는 겨울 냉면과 엇비슷하다. 순수하고 삼삼하다. 시골스러움이 오롯이 담긴 산뜻한 막국수 한 그릇을 제대로 치느낀다.


오리나무는 멋으로, 막국수는 맛으로 여행자의 마음에 자국을 남긴다. 깊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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