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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Jul 13. 2024

K-돼지 곰탕의 전설이 꿈틀거린다!

서울 옥동식

옥동식은 합정역 1번 출구 메세나폴리스아파트 부근 골목 신도빌라 1층에 있는 돼지 곰탕 전문점이다. 2017년 개업하며 남원 버크셔K 돼지 살코기로 끓인 ‘돼지 곰탕’을 국내에 처음으로 알린 곳이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선정될 정도로 꾸준하게 돼지 곰탕의 맛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2022년 뉴욕 맨해튼에 매장을 낸 옥동식의 돼지 곰탕은 2023년 뉴욕타임스 ‘올해 최고의 요리’ 8선에도 선정되며 ‘K-돼지 곰탕’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음식 비평가인 피트 웰스는 “투명한 고기 육수에 얇게 썬 돼지고기가 들어간 옥동식의 돼지 곰탕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안 좋은 소식을 듣는 날에 먹으면 특히 위안을 느낄 수 있는 맛이다."라고 평했다


대표메뉴인 돼지 곰탕은 보통 1만 원, 특 1만 6천 원이다. 곰탕 2인분 포장은 1만 9천 원이다. 김치만두도 6천 원에 판매한다. 잔술과 생맥주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영업시간은 평일 11시~15시, 17시~22시이며 주말은 11시~21까지 운영한다.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와 10시 30분쯤 신도빌라 1층 식당 앞에 도착한다. 오전 11시 영업 시작 전이다. 나무 간판에 검은색 한문으로 ‘옥동식(屋同食)’이란 상호가 보인다. 한자는 다르지만 남 주인장의 이름과 같다. 상호인 ‘옥동식(屋同食)’에는 ‘한 가지 음식만을 파는 집’, 또는 ‘함께 식사하는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간판 좌측 아래로는 미쉐린 가이드의 빨간 엠블럼이 눈에 쏙 들어온다.


식당 외관을 보는 사이 먼저 온 젊은 한 쌍(외국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이 출입문 우측 키오스크로 예약하고 자리를 떠난다. 키오스크로 가 예약을 한다. 대기 번호 2번이다. 식당 문 열기까지 28분 남았다.


아파트 앞 공원에서 잠시 쉬다 식당으로 향한다. 10시 52분이다. 골목으로 대기 손님 5명이 보인다. 영업 시간이 다가오자 손님들이 늘어난다. 영업 시작 1분 전 키오스크 예약 현황을 보니 13팀이다. 11시 정각 카카오톡으로 “입장할 순서예요!”로 시작하는 알림톡이 온다.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약간 어둡고 규모가 작다. 식당보다는 조용한 바(Bar) 느낌이 든다. 일반 식당처럼 따로 식탁이 있지 않다. 주방을 바라보며 10명이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이 있다. 전주 콩나물국밥집 ‘미가옥’이나 ‘현대옥’의 테이블을 떠올리게 한다. 뚜껑에 꼭지가 달린 놋그릇 사이로 간격을 두고 앞 접시 두 개와 놋수저가 미리 놓여 있다. 세련되고 깔끔하다.


남직원이 팀마다 인원수에 맞게 앉을 자리를 정해준다. 출입문 바로 앞자리로 대기 번호 3번 일행인 젊은 여자 두 명이 앉는다. 그 옆으로 모서리 지지 않은 둥근 자리에 앉는다. 혼자 온 손님이 앉기에 알맞은 자리다. 내 우측으론 대기 번호 1번 연인 중 외국인 남자가 앉았다.


10명이 자리에 앉자, 도기에 담은 물을 내준다. 출입문 앞부터 주문을 받는다. 내 좌측 여자 두 명은 돼지 곰탕 보통 두 그릇에 김치만두를 주문한다. 내 차례다. 미리 생각해 둔 돼지 곰탕 보통을 주문한다. 우측에 앉은 연인도 돼지 곰탕 보통 두 그릇을 주문한다.


주문을 끝내고 식당 내부를 훑어본다. 출입문 위쪽에 한문으로 쓴 상호가 표구되어 있다. 출입문 좌측 벽에는 음식, 가격, 원산지 표시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 국내산 김치, 남원 돼지고기, 군산 벼꽃향미 쌀 등 식재료를 품질 좋은 국내산을 사용한다. 옆으로 7개의 미쉐린 가이드 엠블럼과 7개의 블루리본 엠블럼도 눈에 띈다. 국내외 맛집 안내서의 공인을 꾸준히 받은 물증에 맛의 기대치가 오른다.


물로 목을 축이고 꼭지가 달린 놋그릇 뚜껑을 연다. 찬기가 손으로 전해진다. 놋그릇 안에는 과하지 않은 양념의 김치가 수더분하게 담겨 있다. 집게로 김치를 집어 빈 접시에 담고 뚜껑을 닫는다. 놋그릇 특유의 묵직하고 경쾌한 소리가 나는 찰나 가볍고 규칙적인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눈은 소리가 들리는 주방으로 향한다. 남직원이 쪽파를 써는 칼질 소리였다. 옆으로는 나무 밥통, 육수를 끓이는 통 두 개, 삶아서 얇게 썬 돼지고기를 담은 그릇이 보인다.


남직원 한 명이 나무 밥통에서 한소끔 김을 뺀 밥을 퍼 10개의 유기그릇에 담는다. 밥이 준비되자 다음으로 첫 번째 육수통에서 국물을 퍼 처음 밥을 담은 놋그릇에 붓는다. 왼손으로 기울여 잡고 오른손에 든 국자로 밥을 누르며 국물만 통에 따른다. 딱 한 번만 한다. 여러 번 반복하진 않는다. 전통적인 토렴은 아니지만 적절한 온도를 맞추는 중용의 조리법인 토렴이다. 나머지 9개의 밥이 담긴 놋그릇에도 차분하게 토렴을 반복한다.


토렴한 밥 위에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얹고 두 번째 육수통의 뜨거운 국물을 붓는다. 마지막으로 돼지고기 위에 간 통후추를 살짝 뿌리고 푸른 쪽파를 고명으로 올려 마무리한다.


주방과 손님 간의 거리가 가깝다. 돼지 곰탕 조리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열린 공간이 주는 푸근함은 집밥 먹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좋은 식재료와 위생 등에 대한 믿음을 깊게 한다.


돼지 곰탕이 완성되면 대기 순서와는 상관없이 출입문 앞자리부터 차근차근 돼지 곰탕이 손님 앞에 놓인다. 순서를 따지는 손님은 없다. 시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돼지 곰탕을 내주며 다진양념은 국물에 풀지 말고 돼지고기 위에 얹어 먹으라고 한다.


자리 앞에 놓인 돼지 곰탕을 바라본다. 담음새가 정갈하다. 금빛 방짜유기 안엔 투명하고 맑은 국물 사이로 뽀얀 밥이 또렷하게 보인다. 밥양이 넉넉하다. 밥 위론 비계 부위까지 넓고 얇게 썬 돼지고기가 다소곳이 겹쳐 있다. 정중앙에 자리 잡은 쪽파는 흑백사진 속 주인공만 컬러로 만든 듯 도드라진다.


눈맛을 즐기고 두 손으로 놋그릇을 살포시 감싼다. 기분 좋은 따뜻함이 손을 타고 묵직하게 머리로 전해진다. 따뜻함을 간직한 손은 놋숟가락을 집어 든다. 맑은 기름이 감도는 국물만 살며시 떠먹는다. 놋그릇 표면의 온도보단 낮은 따뜻함이 입술을 스친다.


남원 지리산 버크셔K 흑돼지의 앞다리와 뒷다릿살, 물, 소금만 넣고 푹 우려낸다는 육수가 담백하고 말끔하다. 몇 번 더 국물만 맛본다. 군더더기 없는 육수의 맛이 질리지 않는다. 기름지지 않은 깔끔하고 은은한 감칠맛 뒤로 시원함이 내장을 넘실거린다.


감칠맛과 진한 풍미를 국물에 내준 버크셔K의 맛은 어떨까? 젓가락으로 바꿔 잡은 손은 돼지고기 한 장을 건져 다진 양념과 쪽파를 얹어 먹는다. 국물을 머금은 돼지고기는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다. 넓고 얇게 썬 이유일 듯하다. 버크셔K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함이 여리게 남아 있다. 쪽파는 알싸한 맛과 식감으로 다진 양념은 칼칼한 맛으로 어금니와 혀를 자극한다. 고기를 몇 점 더 건져 먹고 손은 다시 숟가락을 집어 든다.


돼지 곰탕에 쓰인 쌀은 군산 벼꽃향미이다. 십리향 품종으로 밥 지을 때 향이 십 리 밖까지 난다는 의미의 전북 신품종 쌀이다. 국물과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 입에 밀어 넣는다. 여러 번 토렴하지 않았지만, 밥알이 하나하나 곱고 일정하게 살아 있다. 어금니에 맞대지 않고 씹히는 식감이 찰지다. 십리향 특유의 구수한 향과 여린 단맛이 그윽하다. 식힌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기 좋은 알맞은 온도를 만든 건 토렴의 선물이다.


몇 번 더 숟가락질은 이어진다. 다소 밋밋함이 느껴질 때쯤 배추김치를 밥에 얹어 먹는다. 산뜻한 신맛과 아삭한 식감으로 맛의 빈자리를 채운다.


남은 밥과 돼지고기 고명을 마저 먹는다. 국물만 조금 남는다. 두 손으로 잡고 훌훌 마셔 버린다. 음식은 사라져 버리고 놋그릇의 금빛만 덩그러니 남는다. 텅 빈 놋그릇에 돼지 곰탕을 만들던 모습을 그려 넣고 여운을 즐기며 두 손으로 감싼다. 처음 잡을 때보단 온도는 낮지만 따뜻함은 내장과 뇌에 저장된다.


버크셔K 특유의 진한 감칠맛이 배어난 육수. 돼지고기 맛을 최대한 살리고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는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는 방식. 토렴 시 구수한 향, 맛, 식감을 고려한 십리향 품종의 벼꽃향미 쌀의 선택. 따뜻함을 담아내는 놋그릇.


만듦새와 담음새가 어우러져 경상도식 돼지국밥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린 옥동식 섬세한 돼지 곰탕이 완성되었다.


한국에서 움틔고 세계에서 꽃피울  K-돼지곰탕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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