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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r 27. 2023

검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딸아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해외에 살지만 매번 한국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빠짐없이 지켜보는 나는 대학 다니는 어느 남학생이 보이스 피싱으로 200만 원을 잃고 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노파심에 한국에서 홀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이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00야, 방금 한국 뉴스를 봤는데 보이스피싱으로 200만 원을 잃은 남학생이 목숨을 버렸단다. 물론 큰돈이고 상처를 받았겠지만 200만 원으로 목숨을 던지기엔 너희들 가치가 그런 돈에 비교도 안될 정도로 너무 커. 그런 나쁜 일 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최선이지만 행여 당했다고 해도 무던히 이겨내는 게 중요해. 명심해!" 그리고 보이스피싱 기본 유형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너무 믿지 못하고 어리석게 본다고 오히려 기분 나빠했다. 다단계에 걸려들어 본 나는 유혹의 손길눈에 보이지 않게 여기저기 가까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사이비종교, 보이스피싱 그 외 사기행각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선 서글프지만 매 순간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계속 주의를 주는데 아이는 전혀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로 부터 카톡이 왔다.

"엄마, 나 지금 검사님이랑 전화통화 중이야.. 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대."

"그거 보이스 피싱이야!!! 당장 그 전화 끊어!! 지금 당장!! 더 이상 듣지 말고 그냥 끊어!!"

"아니.. 엄마, 잠시만.."

그러더니 카톡에 답이 없다. 해외에 사는 부모라 당장 달려갈  수도 없고 가슴만 두근거렸다. 급한 맘에 한국에 있는 언니에게 연락했다.

"언니, 지금 00가 보이스피싱 당하는 중인데 톡을 안 봐. 언니가 좀 전화해봐 줘!"

내 연락을 받은 언니는 놀라며 "알았어. 언니가 바로 연락해 볼게" 하며 끊었다.


이모로부터 급히 전화가 오니 아이는 잠시 통화를 멈추고 이모 전화를 받았나 보다. 이모가 강한 어조로 경고를 했다. 더 이상 그 전화받지 말라고.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아이에게 카톡을 하고 보이스톡을 했다. 보이스톡은 받지도 않고 카톡에만 답을 했다. 다시 그 검사사칭한 놈과 통화 중이란다. 답답했다. 다시 곧바로 언니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언니는 곧바로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모를 조금은 어려워하는 아이는 이모의 설명을 들었고 다행히 그 후 다시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충 사태가 진정되자 아이와 다시 통화를 했다.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아이에게 잘 설명하라고 나에게 미리 경고를 했고, 나는 그 말을 머리에 새기면서 이와 나하나 다시 상황을 짚어 나갔다.


아이 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사칭한 놈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엄마가 보이스피싱이라고 말을 했지만 <검사>라는 말에 긴장돼서 자신도 모르게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피싱범은 어떤 앱을 깔게 유도했고 시키는 대로 깔았다고도 했다. 큰일이다. 평소 꼼꼼한 일처리로 유명한 언니는 당장 휴대폰을 가지고 경찰서로 가라고 했다.  


아이는 얼이 빠진 상태로 주민증을 챙겨서 경찰서로 갔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경찰이 감사하게도 상세히 하나하나 도와줬다고 했다. 그리고 휴대폰은 즉시 초기화 되었다.


금전적 손실은 하나도 없었지만 아이는 방금 자신이 당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탈해했고 주변 친구들은 진화되지 않은 기본적인 유형의 보이스피싱에 당한 딸아이에게 농담반 진담반 핀을 주었다고 했다.


아이에게 물었다. 왜 전화 끊으라는 엄마말을 듣지 않았냐고, 다시는 그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지도 말라고 했던 이모의 말은 왜 듣지 않았냐고.


아이는 너무 당황스럽고 그쪽에서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고 했고 전화 끊으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서 무서웠단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이 당한 일 때문에 혼이 다 나가서 그날 잡힌 과외는 취소했다고 했다. 도저히 아이를 가르칠 컨디션이 아니라면서.


나는 다시 설명했다. 갑자기 닥친일에 평정심을 잃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니 너무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엄마와 연락해서 의논해야 한다고.


주변에 보이스피싱으로 돈 잃고 부모로부터 <너 바보니?>라는 말을 들은 아이가 자신의 바보 같은 행동에 우울증까지 생겨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 걸 본 적이 있다.


왜 사람들은 남을 속이면서 부자가 되려는 걸까? 타고난 유전자가 사기성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걸까? 아이가 금전적 손실까지 있었더라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그나마 이 정도에 그친 사건에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건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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