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는 어디로 가고, 나는 왜 여기 있나
금요일.
어김없이 9시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에 로그인한다.
그 많은 부서 사람들 중
로그인한 인원은?
절반 정도.
그마저도 대부분은
조퇴하거나 반차를 쓴다.
'부럽다.'
'아니야. 부러우면 지는 거야.'
머릿속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결국 결론은 하나.
부럽다. 정말 부럽다.
그렇다. 부러움은 결국 나의 몫이다.
나도 조퇴하고 싶지만,
내 연차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아직 1년의 반이나 남았는데...
왜? 어떻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연초에 여행 한 번 다녀오고,
일하기 싫은 날,
왠지 모르게 피곤한 날,
지각한 날,
그냥 남들 따라
집에 일찍 가고 싶던 날.
이유 있는 듯, 없는 듯
쓰고 또 쓰다 보니
올해 남은 연차는 고작 세 개.
이걸로 남은 반년을 버텨야 한다.
남들은 연차 저축도 하고
열 개 넘게 남았다던데.
나만 없어, 연차.
매년 연차가 없어
연말에 억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된다.
나도 집에 가고 싶다.
집에 숨겨 놓은 꿀단지는 없지만,
그냥 집에 가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선생님들,
가지 마세요...
출근은 같이 했잖아요.
퇴근도...
같이 해요. 제발요...
#소바로그
soft & bounce
부드럽게 튀는 감정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