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눈은 뜨는데, 몸이 출근을 거부한다.>>

과식일까, 월요병일까?

by 소바

빨라진 아침 햇살에
새벽 6시, 눈이 떠진다.


하지만 출근 시간은 9시 정각.
늦잠을 자고 싶지만,
이상하게 매일 너무 일찍 깬다.

여기서 '눈을 뜬다'는 건 말 그대로다.
정신이 또렷한 것도,
기운차게 벌떡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눈만 겨우 뜨는 것.

몸과 침대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처럼 떨어질 줄을 모른다.

쇼츠로 세상 돌아가는 감을 익히고,
밤사이 올라온 웹툰, 에세이, 밈을 뒤적이다가
조금씩,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일어나는 시간은 대충 7시 반쯤.
씻고, 간단히 요기하고
8시 반에 집을 나선다.
그때부터 회사까지는 전력 질주 레이싱.

항상 아슬아슬하게 9시에 도착한다.
10분, 20분 일찍 나가볼까 싶지만
희한하게도 일찍 나간 만큼 길이 더 막힌다.
효율이 떨어지는 출근 공식.

결국 매일 이 모양, 이 꼴이다.

사실 이 루틴은
일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왠지 다음날 아플 것 같다.

속은 매슥거리고, 입맛은 사라지고,
어깨는 무겁고, 다리는 붓는다.
배도 괜히 더 나와 보인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몸은 무겁고, 머리는 지끈거린다.

“소화불량으로 병가 상신 부탁드립니다.”
휴대폰을 붙들고 한참 고민하지만
전송 버튼은 결국 누르지 못한다.

꾸역꾸역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때쯤 깨닫는다.
이건 그냥, 월요병이다.

몸이 회사를 거부하는 날.
눈은 떠지지만,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는 날.
이유 없이 힘든, 그런 월요일.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월요일은 매주 반복됐다.
그걸 매번 다시 알아차리는 데,
또 한 번의 월요일이 필요했다.



소바로그 - 두 번째 이야기, 연재 중입니다.

13.<<퇴사가 간절한 날엔,>>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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