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술잔은 돌았고, 말은 멀어졌다.>>

비 오는 날의 경계선

by 소바

온종일 비가 내렸다.
쉴 새 없이 마구 퍼붓는 비.

오늘은 우연히
직장 동료들과 벙개가 잡혔다.

바깥으로 문이 열려 있고,
빗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진다.
비 내리는 풍경에
파전에 막걸리.

"운치 있네."
시작은 참 좋았다.

"짠!"
전도 술술,
술도 술술.

그런데 술이 들어가고,
여럿이 모이면
늘 그렇듯
누군가는 자기주장을
한껏 어필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혹은 정말 모르고,
멈추지 않는다는 것.

광대가 승천할 정도로
즐겁던 분위기였지만,
어느 순간
나는 슬며시 입을 닫았다.

감정이 확 상해버렸다.

사람을 대놓고 깎아내리고,
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도 깎아내리고,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반복되는 대화 속에
촉이 온다.

'아, 이 사람은
너무 가까이 해선 안 되겠구나.'

오늘,
나는 또 한 사람과
조금 멀어졌다.

비는 계속 내리고,
나는 조용히
마음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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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튀는 감정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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