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고 내 아이 가르치기
아이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 숙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 혼자서. 스스로. 잘하면 매우 좋겠지만 내 아이가 그럴 확률은 거의 영 퍼센트에 가깝지.
항상 학원 가기 전날 잘 때 돼서야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인상을 팍쓰고 책상 앞에 앉아 딴. 짓을 하고 있다.
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
을 10번쯤 외우고 부드럽게 "어서 해야지~ 이제 곧 잘 시간이잖아." 하면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혼자 어떻게 하라는거냐며 쏘아댄다. 그래, 이제껏 넌 나를 기다렸겠지. 아이 스스로 끝내길 바라느라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을 원망하며 나도 뾰로통한 마음으로 아이옆에 앉는다. 이미 상한 마음에 말이 곱게 나갈 리 없다. 몇 번의 반복된 말이 오고 가고 마침내 나는 호통을 치게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의 문제집은 눈물로 젖어서 울퉁불퉁해지고 글씨는 알아볼 수 없게 번져간다. 울기까지 했는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어르고 달래서 꾸역꾸역 숙제를 끝마치고 나면 이것은 누구를 위한 숙제였는지, 서로에게 상처와 고통만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후회와 자책이 밀려들어온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줬으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아이에게 최고의 선생님은 부모라고 하는 말에 동감하는 바이다. 공부를 가르치다 보면 아이가 어떤 것이 부족한지, 무엇을 잘 모르는지가 잘 보인다. 비단 문제를 풀고, 못 풀고를 떠나 아이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지금까지 쌓였던 아이의 데이터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아이의 현재 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게 해 준다.
부모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 아이의 성격, 능력, 관심사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맞춤형 지도를 제공할 수 있다. 제일 효과적인 언어와 예시로 잘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이다.
하긴 부모의 일상 자체가 아이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 아닌가.
사랑하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더 나은 학교에 합격하기 위해, 그러기 위해서 지금 풀고 있는 이 문제집을 다 맞혀야 하는 이 역방향 계산법은 분명 아이에게는 납득이 안 가는 계획일 것이다. 다 자기를 위해서라 놓고 지금 당장 눈앞에서 호통을 치는 엄마의 모습이 분명 아이에게 반감을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솔직히 나는 문제 푸는 법이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부모 역할을 해주고 싶은데 이런 나의 마음은 수학과 영어 문제집에 짓눌려 가시가 되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마는 듯하다.
아동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리슨의 인간발달 8단계에 따르면 초등 시기에는 성취감을 얻고 근면성을 발전시키는 단계라고 한다. 하기로 한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꾸준히 하도록 가르치는 시기로 그것이 잘 되어 있어야 중학생 이후 ‘정체성’을 수립이라는 발달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단다.
그래, 꾸준히 숙제를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결과보다는 성실함과 근면성에 초첨을 맞추어 아이를 더 격려해 주자. 어릴 적, 두 발로 걷는 것에 환호하고 동화책 속 주인공 이름을 줄줄 외는 것에 감탄하던 그 마음을 다시 꺼내봐야겠다.
하.. 그런데 현실은 난 아직 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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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에릭슨의 인간발달 8단계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인간 발달을 8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에서 중요한 심리사회적 과제를 설명했습니다. 각 단계는 인간이 경험하는 주요 도전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성격 요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1. 신뢰 대 불신 (0~1.5세)
아기는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일관성 있게 돌봐주는지에 따라 신뢰감을 형성합니다. 신뢰가 형성되면 아이는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신을 배우게 됩니다.
2. 자율성 대 수치심 (1.5~3세)
이 시기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며 자율성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통제나 실패는 수치심과 의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3. 주도성 대 죄책감 (3~6세)
아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성취할 때 주도성을 발달시킵니다. 반면, 실패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되면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근면성 대 열등감 (6~12세)
이 단계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근면성을 발전시킵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거나 실패하면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5. 정체감 대 역할 혼란 (12~18세)
청소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잘 확립하면 성인이 되어도 안정적인 자아감을 가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역할 혼란을 겪게 됩니다.
6. 친밀감 대 고립감 (18~40세)
성인 초기는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시기입니다. 성공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친밀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립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7. 생산성 대 침체성 (40~65세)
중년기에는 자신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여를 하지 못하면 침체되거나 정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8. 자아통합 대 절망 (65세 이후)
노년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아를 통합하는 시기입니다. 자신의 삶이 의미 있고 잘 살았다고 느끼면 자아통합을 이루지만, 후회가 많으면 절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