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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너시티, 식물이 되어본 하루

by Hana

처음에 포스터와 상세페이지를 봤을 때 식물이 되어보기가 뭘까, 마치 아바타에서 꼬리와 꼬리로 연결되는 이미지가 상상되었다. 이전 스케치한 영상을 보니 도심 속 콘크리트 안에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이너시티 모임을 기대하게 되었다.

처음에 여기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신기했는데, 알고보니 이름마저 귀여움 고슴도치 티라미슈의 음악 작업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우선 공간과 분위기를 채우는 음악을 중심으로 식물과 전자음악 기기가 가운데 있었다. 천장에 중력을 이긴 듯한 자전거와 카누 배가 걸려 있었고, 중간중간 인테리어 컨셉처럼 사과랑 식물들이 놓여있었다. 우선 공들인게 보일 정도로 디테일하게 공간 세팅을 잘하였다. 온도, 습도, 조명, 감도 모두 외부세계와 단절된 느낌이 들어 좋았고, 이제 정말 이너시티 일원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1단계 – 동기화 Synchronization

엠비언트 뮤직을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홍보영상에서 식물의 소리를 듣고 신기했었는데, 알고보니 식물 속을 흐르는 에너지(음이온)를 음악 신호로 변환한 것.

첫 인트로로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하고 식물의 소리와 나를 맞추려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명상이 되었다.

나른하면서도 어딘가 숲 속을 걸어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엠비언트가 제목 Innercity Ambient vol.2 ‘식물이 되어보기’에도 포함되어 있어서 궁금했다. ambient는 주변의, 주위의, 은은한, 잔잔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공간과 분위기를 채우는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명상에 적합한 장르라니.

2부 라벤더 트립

벚꽃 사이에 피어나는 라벤더의 향과 색을 좋아한다. 핸드크림이나 바디워시 등 고를 때 안전한 선택지로 라벤더 향을 선택한다. 영어 세탁의 어원이 라벤더에서 왔을 정도로 로마 시대에는 라벤더를 세탁하면서 같이 쓸 정도로 클렌징 식물이기도 하다. 이걸 매개로 식물 영 치유하는 보나님과 함께 라벤더 트립을 다녀왔다.

좀 더 재미나게 많은 사람들과 명상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확실히 혼자보다 여러명이 같이 해야 그 기운도 더 강하게 온다. 내가 그루트라고 상상하고 씨앗부터 발아되어 커가면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3부 몸의 움직임

브라질 미국계 카밀라의 진행으로 몸으로 하는 명상을 경험했다. 필라테스 준비 동작과 비슷하여서 어색하지 않았고, 숨을 쉬는 것부터 싹이 움트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였다. 나무처럼 움직이는게 어떤건지 실제 몸을 쓰면서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이 특별한 체험을 마무리하며, 도심 속에서 만난 '식물이 되어보기'의 여정은 단순한 프로그램 참여를 넘어 내 안의 감각을 일깨우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동기화 단계에서 처음 접한 엠비언트 음악과 식물의 소리는 내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완시키며 명상의 세계로 인도했다. 나른함 속에서도 숲을 거니는 듯한 감각은 콘크리트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소중한 순간이었다. 라벤더 트립에서는 향기로운 식물의 세계를 더 깊이 체험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한 집단 명상의 강력한 에너지를 느꼈다. 씨앗부터 발아하여 자라나는 그루트가 되어보는 상상은 마치 내가 다시 태어나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마지막 몸의 움직임 단계에서는 카밀라의 지도 아래 숨쉬기부터 싹이 트고 자라나는 과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내가 나무가 되어 흔들리고 뻗어나가는 감각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3시간 동안, 나는 도시의 분주함을 잊고 식물과 음악, 그리고 움직임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너시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꼬리와 꼬리를 연결하는 아바타의 세계가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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