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글 조각 모으기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노트. 아니, 다이어리. 얼마나 방치했으면 노트인지 다이어리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매일 적는 세계에 동경이 있거늘 나를 위한 견고함으로 나아간다고 암시한다. 재빠른 뜀박질로 생각의 거북이를 낚아채 행동의 쓰기가 멈추면 안 된다. 가만히 있는다고 무언가 쓰여지지 않는다.
삶의 반대편 들판이 있다. 분홍 돼지가 들판을 뛰어다닌다. 적막의 시들이 지구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매일 한줄의 고리가 형성된다. 회색의 콘크리드가 가득했다면 한줄의 힘은 이미 끊어져 버렸을 것. 시 한편을 배달한다. 분홍 돼지가 날아간다. 푸른 집배원의 옷차림에 전 인류에게 배달의 임무를 완수한다. 한편의 시가 평화의 고리로 연결되어 견고함을 유지할 때 분홍 돼지의 배달은 멈추지 않겠다.
분홍 돼지가 버린다
백지의 검은 것이 없다며
핀잔한다
먹어치웠나
말이 없다 묵비권 행세
묵찌빠 아니고
아이오와 산 돼지래
적막의 시 지구의 평화
집배원이라는 수호천사래
찢겨진 글자들을 모아 심하게 자책하는 마음을 봉합한다. 스스로 의문을 제기할 이유는 없다. 백지 한 장에 적어지는 글자는 위로의 희망으로 흩어진 조각을 모아낸다.
흑백의 장벽에 좌절 말라며 일으켜 세운다. 고정된 고리를 풀고 유연한 날개를 펼쳐 애매함에 스스로 자유를 갈망하라고.
미완은 새로운 완성을 향한 여정. 완성이라는 형태는 진행 중. 거대한 폭풍을 뚫고 고요한 잔해를 한데 묶어 감이 글을 수호하는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