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 나의 존재.
특별하다는 생각.
아무도 알아주지도 관심가지지도 않는데 홀로 자신을 드러 내려 한다. 내가 누군지 알고 누군가 나를 보려 오겠는가. 홀로 착각 속에 관종이라는 타이틀을 어떻게든 얻어내려는 헛된 생각이, 망상으로 확대되어 모든 것들이 나와 관련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마트 일을 하며 다양한 고객들이 들어온다. 계산대에 자신이 고른 것들을 하나씩 내놓는다. 기계적인 멘트, 몇초의 순간, 고객의 반응. 평소엔 아무 일 없이 다음 사람을 만난다. 속도가 느리거나 성급한 사람이 나타난다 한들, 계산에 문제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다가온다. 무언가 잔뜩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 놓았다. 장바구니에서 고른 것들을 건네주지 않고 그냥 계산의 순간을 기다린다. 팔짱을 꼈는지 않았는지 많은 것들을 꺼내며 그 사소함을 알아차릴 수 없다. 모든 것들이 장바구니에서 탈출했다. 플라스틱 카드 한장 만이 자신의 순간을 기다린다. 그 전에 식별 번호를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순순히 그 응대를 받아들인 사람. 모든 것이 수월하게 흘러갔다 생각되었을 때, 무언의 말 한마디가 두뇌의 신경을 건들었다. 영수증이 전자로 나온다면서 이내 변심이 생겼는지 계산된 총 금액을 물어본다. 스스로 볼 수 있는 숫자를 몇초를 못 참고 성급히 물어보는, 인내의 시험인가 갑질의 조짐인가. 신경의 활발함에 널찍한 시선이 소멸되었다.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은 쉽게 쓰여지지만 쉽게 다다를 수 없는 연결이다.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보여주기만 할 뿐, 멈추지 않는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 없는 해바라기는 햇빛이 사라짐에 자신도 시들어 사라진다. 꾸준히, 햇빛이 없어도 스스로 버티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전혀 모르는 안된다 단정짓고 생성, 소멸의 무한 반복의 굴레에 빠졌다. 우주의 빅뱅, 강력한 블랙홀. 어쩌면 맞닿을 수 있었던 연결을 스스로 끊으며 어떤 것과 맞닿는 순간을 느끼지 못했다.
남은 건, 스스로의 독선과 고집 뿐이다. 나를 알아봐주지 못했다 여기며 나 이외의 것들의 적대감을 키워나간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것. 모를 일인데,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과대포장으로 자기합리화적 방어막 만 키웠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를 하찮게 여기며 자신의 고귀함, 유식함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것에 다가가려 했다. 있는 그대로 그냥, 만남, 헤어짐이 있는 것인데, 스스로 만족해야, 스스로 먼저 다가가야만, 스스로 고개를 끄덕여야 직성이 풀렸다. 매일 마주하여 소중함을 잊은지 오래 라 모든 간섭이 욱함의 촉매제로 어떻게든 거리를 두던 가 아님 스스로 떠나 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홀로 조용히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됨이다.
매일 특별함이 찾아 오는 건 아니다. 스스로 하루를 어떻게 보냄에 하루가 평범 할 수도 남 다를 수도 있다. 너무 당연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거대한 자극 만이 나만의 특별함을 빛낼 줄 것이란 착각에 빠져 버렸다. 언제 부터 내 존재가 유일한 생명체로 지구 상에 무조건 적 영향력을 펼쳐야 했던가.
그냥, 그냥이라고. 아무 것도 아니지만 하는 것 자체에만 신경 쓴다면, 굳이 특별하다 하지 않음에 어둠을 거두고 빛을 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