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끊지 못한 사슬, 3장
여름은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장례가 끝난 지 반년쯤 지나 있었고,
슬픔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울지 않았고
현서도 더 묻지 않았다.
우리는 괜찮은 척하는 법을
서로에게서 배워 갔다.
술은 일상이 되었고
불안은 말이 없었다.
문제는 아직 이름을 갖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었다.
“오늘도 술 마실 거야?”
“응.”
“… 왜 오늘도 마셔야 해?”
“그냥.”
현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수저를 내려놓는 소리가
조금 빨라졌다.
“하… 그래. 먹어.”
허락처럼 들렸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그게 더 짜증 났다.
나는 술을 따랐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그저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을 뿐이다.
그런데도
현서의 시선이 계속 걸렸다.
말하지 않아도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술이 돌자
아빠 생각이 났다.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던 아빠는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막둥이라 부르며 웃던 얼굴만 남았다.
보고 싶었다.
나는 휴대폰을 뒤졌다.
당연하게도 아빠와 찍은 사진은 없었다.
현서가 자고 있는 방에 불을 켜고
서랍을 열었다.
“오빠, 뭐 해.”
“미안해. 가족사진 앨범 좀 찾을게.”
“지금 새벽이야.
내일 출근하는 거 알잖아.”
“금방 찾고 나갈게.”
“그게 왜 지금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 그냥 작은방 가서 잘게.”
문이 닫혔다.
쾅, 소리가 났다.
평소 같았으면
따라가 사과했을 것이다.
그날은 그러기 싫었다.
내 감정이 먼저였다.
나는 결국
먼지 덮인 가족사진앨범을 찾아냈다.
페이지를 넘겼다.
나보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 지금 형의 나이가 된 아버지.
우리 형제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
“막둥아, 우리 막둥이 보고 싶네.”
술을 마시지 않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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