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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츄츄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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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날 Oct 28. 2024

담은 주변

츄츄

한국의 2024년은 시계 속에 있지만 없다.

만 나이제로 한 살 어려졌으니까.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흐르지 않는 공짜 일 년이라 여기는 것 같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오래되어 멈춘 시계에 건전지를 넣는다. 그리고 이를 기회라고 읽는다.

; 내 아이는 일 년 더 배우고 입학  ; 떨어진 대학입시 재수 ; 가만히 있다가 생긴 취업 준비 기간의 추가시간 ; 아직은 다시 아홉수 ; 연봉 한 번 더 받고 정년퇴직.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당연하게 보이는 세상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왜 안타까웠을까에 대해.

물론 답은 없지만, 물리적으로 일 년이란 생명력이 더 생긴 것도 아니지만.

저들 나름의 노력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들을 위한 자기소개서 첨삭을 하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본 자기소개서 파일들을 보다 문득 한 남자가 생각났다. 너무 강하지만, 너무 약하기도 한 그 여행 가이드. 사막에서 마주친 야생 늑대에도 떨지 않던 남자지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내와 아들 사진에 떨고 있던 남자.


경외로운 몽골의 자연보다 언제나 먼저 생각나는 몽골 여행 가이드. 순수를 짧은 배움으로 말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던 그가 열흘 간의 몽골 여행에서 보여 준 것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건 꿈과 가족이지 않았을까. 조금은 낭만적이라 많이 방랑할 수밖에 없는 그의 세상 안에서는 이상하게도 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모든 시계의 건전지를 빼내어 어디론가 던졌다. 이 남자만큼 어려진 한 살을 열정적이고 낭만적이게 쓸 수 있을까 싶었다. 이 남자라면 2024년을 어떻게 쓸까 고민했다.

대개 한국 사회에서 낭만은 비행으로 불린다.

그러나 나는 이 남자의 줄어든 한 살을 상상하며

잠시나마 낭만이 비행이 아닌 방랑이 되기를 바라며 <츄츄>를 담았다. 마치 그의 자기소개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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