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그림자

맞은바라기

by 다날

매년스승의날이되면몇몇선생님께서나의생존신고와환절기조심문자를보내고집앞모교에계신고등학교삼학년담임선생님을뵈러간다선생님들은다른학교로떠나셨지만나의초중고는모두집에서도보로오분거리기때문에고등학교를가는길에초등학교와중학교정문에들렀다간다현수막에적힌대외활동수상자랑을보며한번쯤은받아보고싶었지만받지못했던개근상에대한생각에웃음이나온다평소학교수업에서배우는게미적분과같은교실문만열고나와도쓸모없는것들이라생각이들어음악과체육시간외에는자거나일부러떠들어복도로쫓겨나놀거나그냥학교를나갔다다들바쁜지교문밖은되게한적하고편안했다지금보면그냥수업이탈이다중2과학기말고사에서서술형한문제라도맞혀보고싶은마음에답을적었는데교장실로끌려갔다문제는이랬다A현상에대해B라는과학자와C라는과학자는어떤법칙을만들었는지서술하시오B의법칙은확실히기억이났기때문에C는B의연구에숟가락을얹었다라고썼다아직도이게왜잘못한건지는모르겠다고등학교에서도교장선생님을두번뵙게되었다고2때학교는전교생에게전원독후감제출이라는큰공포를선언했다이책을읽고느낀점은무엇이다의형태가싫어서온통시로적어서냈다일주일뒤선생님은갑자기교복을입으라했다불편해서중1부터꾸준히안입어오던것이교복임을모르지않았던선생님의새삼이상한행동이었다물론당장교복도없었다친한친구의교복을빌려입고강당으로갔다내가독후감전교1등이라고교장쌤이말하셨다그후내국어시간은국어선생님자리에서시와소설쓰기로대체되었고지금까지농구선수실패이후처음으로느껴보는설렘이었다성균관대학교백일장은참으로이상했다어떤아줌마가들어오더니칠판에신발이란단어를적고두시간을주며시를쓰란다아줌마가글자를다쓰기무섭게나를제외한학생들은바쁘게무언가를쓰기시작했고삼십분이좀지나자강의실엔나밖에없었다내가생각한시는이런게아니었다회의감이들면서그냥이런신발이구나라는문구하나적고나왔다그후교장실에한번더가게되었다고등학교삼학년때학교내직업공모전중명함만들기가있었다당시내꿈은대통령이었기에대통령명함을만들어제출했더니내위치는교장실이었다교내대회를장난으로여겼다는명분하에말이다일렬로나열한그많은공무원은괜찮고최고공무원은왜안되는건지교장선생님께따박따박따지고그방을나섰다지금보니까또한번웃음만나올뿐이다큭큭하며말이다


지금 세 줄 정도 읽고 넘어가거나 처음부터 이 부분으로 점프했을 것이다. 여백 하나 없는 그림자 같은 나는 어차피 많아야 두 줄에서 멈춰질 것이다. 지금껏 일반적인 사회의 분위기나 약속과 다르면 이 짧은 스무 줄 정도의 문장도 읽어주지 않았다. 띄어쓰기가 없는 것도 이상할 것이며 나의 서사 또한 읽기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들 가지고 있는 그림자이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선생님부터 심지어 택시기사 아저씨까지 나의 그림자에 집중했다. 다만 검은색이라는 것 하나에만.


‘평소 K는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학급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분위기메이커이며 체육(특히 농구)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학교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또한 섬세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시나 소설 등 문학적인 글쓰기에 재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수업 참여도가 낮으며 무단 조퇴나 결석이 잦습니다. 이번 과학 기말고사에서 서술형 문제를 장난으로 대하며 시험이란 중대한 일에서도 진지하지 못한 모습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시험뿐 아니라 교내 행사에서도 진중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직업 공모전’에서 현실성이 없는 명함을 제출함으로써 행사의 취지에 어긋나는 가벼운 사고를 보였습니다. 또한 쉽게 지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처음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려는 시도는 높이 사나 지금부터는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격려 및 지도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띄어쓰기가 없음에도 선생님들의 가정통신문보다 긴 것이 나의 그림자다. 내 그림자의 매력이 과연 검은 색인 걸까. 아니 그림자는 까만 사람들만 가지는 걸까. 내가 보는 그림자는 조금 다르다.

그림자는 태양이나 형광등 등의 빛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독자적이지 못한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단편적인 사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그림자에서는. 세상의 모든 그림자는 마치 눈, 코, 입이 없는 얼굴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떠한 감정을 가지든 고정된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그림자를 검은색으로만 보는 눈들은 이런 그림자의 형태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그림자는 어떤 표정이든 가질 수 있는 창의력과 잠재력의 가능성이 높은 존재이다. 또래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그만큼 감정이나 사고의 깊이도 넓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여러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나의 그림자는 띄어쓰기보다는 가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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