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무당이 유행이라 한다.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에 무당이 상위권에 꼽힌다. 별다른 노력 없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무당 대접이 천하다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무당이 워낙 많은 세상이기 때문에. 신내림을 받고 6개월 만에 내림굿을 열어 제자를 받는 무당도 있다. 얼만큼 기간이 지나야 제자를 받아야 한다는 기간이 정해진 건 아니니 그걸 큰 문제라 할 순 없지만 과연 충분한 능력이 있는지 의심가는 것은 사실이다.
선생님의 상담사례를 듣다 보면 다른 무당에게 귀신의 조화에 빠졌으니 굿을 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온 사람이 많다.
간혹 다른 무당은 단골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정성이 부족하고 부정 타서 그런 거라고 해. 아닌 것 같다고 하면 ‘어디서 나한테 반기를 들고 덤벼?’ 하면서 협박하고 저주까지 해. 그러면 단골은 또 겁에 질리고 무서우니까 나쁜 기운을 더 끌어들이는 거야.
무당 이해경은 이런 상황이 매우 염려스럽다고 했다. 특히 무속의 상업적 특성이 굉장히 부각되면서 무당이 돈을 자랑하는 상황이 있는데 가끔 그런 모습을 보면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실제 SNS나 유튜브를 보면 신당에 돈, 금, 명품을 올려놓고 사진 찍어서 자랑하는 계정이 꽤나 많다.
화려한 치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는 그런 신이 왔다.” 그러면 나는 할 말이 없어.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잘못된 것일 수도 있어. 신엄마가 나한테 한 얘기가, “인간 따라 신 오고 신 따라 인간 간다.”였어. 적어도 인간의 정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고상할 줄도 알고, 진중할 줄도 알고, 물질욕에서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게 내 생각이야. 정도라는 게 있다.
보통 무당의 성공을 ‘불린다’고 표현한다.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게 한다’는 불리다의 본래 의미처럼 무당이 유명해지고 손님이 많아져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만큼 무당 역시 신이 주신 능력으로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과시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무당을 찾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불리려는 무당들 때문에 무속이 미신으로 취급되고 무당들이 천대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사회적인 요인도 있다. 예로부터 무당은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고, 무당들이 사회적으로 천대를 받으니까 ‘돈으로 보상받겠다’는 심리에서 상업적으로 변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나한테 ‘너는 장사 안 했냐?’ 하면 나도 할 말 없어. 나도 장사하고 굿으로 먹고 살았으니까. 근데 적어도 알고 했어. 장사꾼도 냄새나는 사람과 안 나는 사람이 있잖아. 본질을 잃지 않고, 적어도 종교인답게는 안 될까? 싶은 거지. 종교인으로 취급을 안 해주는데 종교인답게 라는 말에 어패가 있지만. (웃음) 무당은 그냥 사업이잖아 지금은.
과학기술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이다. 사람들 손목에는 ‘스마트워치’가 자리 잡고, 무선 이어폰이 널리 퍼지고, 자동차가 자율 주행을 한다. 2020년 이후로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원한다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며칠을 보낼 수도 있는 그런 시대이다. 이렇듯 삶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지만 인간은 똑같아서, 우리는 쉽게 지치고 외로워하고 슬퍼한다. 오히려 피로사회에 들어서며 개인이 느끼는 고통과 우울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일의 영역도 넓어졌다. 예전에는 생활이나 직업이 한정되어 고민도 적었다면 이제는 직업이 많아지면서 고민도 수백만 가지나 된다. 그러면서 일명 귀신의 조화도 늘었다.
누군가 고민이 있을 때 원인을 내부에서도 찾을 수 없고 외부에서도 찾을 수 없어. 그러면 뭐가 보이지 않는 세계, 귀신에 빠지는 거야. 이것도 저것도 아니니까 상상 속 인물을 만드는 거지. 귀신에 빠져서 만들어진 가짜 무당은 자기네들이 초능력을 가진 줄 알아. 남들은 못 가지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줄 알아서, 그 능력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거야.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당은 마법사가 아니다. 무당에 의지해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무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무당과 관련된 여러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당뿐 아니라 무당을 찾아가는 우리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세상에 무당이 너무 많다. 그만큼 우리의 고민도 많다. 문제 해결 방법은 남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