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책사회에서 호명사회로
우리 회사에 오래 일했던 PD님이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퇴사했는데 직원들 모두가 여전히 PD님이라 부르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그분은 더 이상 PD도 아니고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회사를 다니지도 않았다.
나는 애초에 그분을 00 씨라고 호칭해서 퇴사 후에도 그분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를 직책으로 부르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렇게 호칭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름을 부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왠지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있어서 그 사람을 부르기 위한 새로운 직책을 찾아낸다.
그 PD님은 현재는 글을 쓰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제 그를 00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ㅎ
"시대예보:호명사회"라는 책이 있다. 현시대에 한 개인이 어떤 관계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을
집단 속의 누군가로 인식하는 것이 편한 것 같다. 나도 그러하다.
요즘의 나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나답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가장 듣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