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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Oct 24. 2023

지금 제주는.

추.웠.다.


제주공항에 도착.

드디어 시작된 여행에 한껏 부풀어 한걸음 공항 밖으로 걸음을 내딛자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의 날씨를 기대한 우린 정말 깜짝 놀랐다.

겨울이 벌써 시작된 것처럼  체감온도는 낮았고, 거센 바람까지 한 몫했다.  순간 얇은 자킷과 긴팔 하나에 죄다 반팔 티만 가지고 왔단 생각에 그만 아차 싶었다. 

그래도 일단 왔으니 걱정은 뒤로한 채 앞으로 고고.


렌트한 낯선 대형 SUV 차량을 받고 사이드브레이크  버튼이 어딨는지 못 찾아 주차장에서 헤매고. 그렇게 우린 날씨와 새로운 차량에 적응의 시간이 조금 필요했지만 그래도 평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제주의 이국적인 모습들과 가을여행의 시작점에서 설렜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2010년  결혼 전 모아둔 비상금으로 어무니아부지와 함께 제주도를 왔던 게 마지막 여행이었다.

그리고 어무니(경상남도 사투리:어머니) 칠순 축하기념 가족여행으로 다시 오게 된 지금. 우리 곁엔 그사이 남편과 아이까지 인원이 제법 늘어나있었다.

그땐 이런 그림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문득 새삼스레 신기하고도 소중하다.





일정 1일 차(도착당일)

노형슈퍼마켙/ 작년 시부모님 모시고 갔다가 너무 좋아  다시 시도하려 했으나 어무니 다리 골절부상으로 포기.

하지만 여전히 강추다.

이마트 신제주점/ 아이꺼 대형 공모함 장난감 구매.

모든 일정에 200퍼센트 군말 없는 협조약속!

제주신화월드/ 우리 숙소. 바로 앞에 편의점과 빵집이 있어 편했다. 그밖에 놀이공원, 오락실, 수영장, 쇼핑센터가 있고 모두 차로 이동할 정도로 규모가 큼.


일정 2일 차

쇠소깍 태우체험/날씨가 엄청 좋다면 한번 정도 해볼 만함.

올래시장/구경거리가 많고 회가 정말 싱싱했다.

신화월드 수영장과 놀이공원 이용/ 규모는 작다. 나와 어무니 밖이 추웠기에  따뜻 뜨끈한 목욕탕만 이용.



일정 3일 차

선녀와 나무꾼/옛 추억 돋는 곳. 꽤 시간이 소요됨.

고스트타운/ 정말 한 개도 안 무서움. 밤에 가길 추천.

애월 곽지해수욕장/ 설탕 같은 고운 모래가 있는 해변.

애월 맛집/ 라신비라멘. 일본식 라멘과 돈가스가 유명.

제주레포츠랜드/카트경주. 제주에서 가장 긴 레일코스라 해서 갔지만 사실상 시간을 더 길게 주는 것이었다.

렌터카 바퀴펑크사고/운전 20년 인생 첫 경험. 렌터카 긴급사고 신고 후 견인차가 싣고 감. 우린 택시(힘들게) 불러 겨우 숙소로 감. 그날 택시아저씨께 우리 가족은 구세주라고  칭송함.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의 2023 제주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제주에서 만났던 몽글몽글 기억 속에 남은 얼굴들이 있었다.

숙소 근처 갓 구운 빵의 기분 좋은 냄새처럼 미소 가득했던 빵집 주인아저씨, 휠체어를 빌려다 준 신화월드 친절맨 직원분, 태우(뗏목)을 운전하며 재치 있는 스토리로 우리에게 웃음주신 추성운 닮은 아저씨, 우리 차를 문콕해 여러 번 사과한 또 다른 여행자, 카트 타러 갔다가 나의 짧은 다리가 페달에 닿지 않아 안쓰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등쿠션을 받쳐주러 오셨던 직원분, 마지막 아찔했던 상황에서 우리의 구세주가 되어주셨던 택시 아저씨까지.


우리가 만난 순간들과 상황은 모두 그 색깔이 제각각 달랐지만, 하나같이 맘 따스한 친절함과 인간미가 가득 그득 느껴졌기에 잊을 수 없는 제주의 가을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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