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항암 전에는 세상이 나를 버린 기분이었다.
전생에 나라라도 팔았나 싶을 만큼,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만 가득했다.
입원 후에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어린 게 아파서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는다"는
말처럼, 무심히 던져진 말들이 가슴을 쿡쿡 찔렀다.
반면, 감사의 말 한마디 없이도 묵묵히 기다려주고
아낌없이 애정을 건네준 이모, 삼촌들도 있었다.
그런 존재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참 별일이 다 있었지만, 결국 마음을 이기는 건 없더라.
어느 순간,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내 물건을 병동 사람들과 나누게 되었고
어느 순간, 병동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며 친구를
만들고 있었다.
멈췄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진짜 ‘나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곳은 병원이었지만, 함께 있는 사람들은
창문 너머 세상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환했다.
그리고 우리는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껏 행복해했다.
어느 날, TV에서 중국집 음식이 나왔다.
그게 그렇게 먹고 싶더라.
굳이 비유하자면... 임신한 사람처럼 간절히!
바로 주문했고, 간절한 기다림 끝에
철가방을 든 배달 기사님이 병동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간호사 선생님이 웃음을 터트렸다.
“철가방을 병동에 입성시킨 건 ㅇㅇ이가 최초야!”
그 말에 나도, 선생님도 깔깔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음이 사르르 말랑말랑해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병원에서 이렇게 웃고 있었지?’
그게 그저 신기했고 이름도, 소속도 없던
내가 누군가와 연대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병동은 평범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이벤트들을 만들어갔다.
처음엔 로보트처럼 그저 버티기만 하던
내가 사람들 틈에서 따뜻함을 배우고,
서서히 녹슬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점점 ‘사람’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그냥...
그저 시절이 그립고,
말없이 나를 감싸주던
이모, 삼촌들이 보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