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동생의 골수까지 빼 먹은 타인 이식

by 내일도 생일

지옥 아래 또 다른 지옥이 있다는 걸 겪어본 적 있나요.

자가이식을 끝낸 지 1년, 정기검진에서 재발 소식을 들었죠.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믿기지도 않았고, 그냥 아니길 바랐어요. 내가 병에 걸린 사실조차 남의 이야기처럼만 들렸거든요.


그런데 타인 골수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제야 상황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어요.
자가이식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엔 누군가의 골수를 받아야 했거든요.

‘골수은행’을 거쳐야 하는데, 운이 나쁘면 일치하는 골수가 없어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죠. 죄인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갑자기 죄인이라니, 참 이상한 말 같죠.
그런데 가족 전원이 나 하나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니,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고개를 들 수가 없더라고요.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할까.
억울한 생각이 마음 구석을 파고들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동생의 골수가 일치한다는 결과였죠.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너졌어요.


막 군대에 간 스무 살 동생한테서 골수를 받아야 한다니…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목이 메이곤 하더라고요.
그 시절엔 미안하다는 말조차 꺼내기가 힘들었죠.

하지만 현실은 감정을 기다려주지 않더라고요.


동생은 군대에 이 사실을 알렸고, 곧 휴가를 받아 나왔습니다.
나처럼 골수 촉진 주사를 맞고 채집까지 진행했어요.
이런 소식을 무균실에서 들었는데,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송곳처럼 찌르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던 고통이 현실에도 있다는 걸요.

결국 동생의 골수를 이식받아 두 번째 골수이식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타인이식은 자가이식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공기마저 긴장으로 얼어붙은 듯한 공간, 그곳에서 또 다른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거든요.

그날의 과정과 공기, 그리고 그 시간을 버텨낸 마음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날의 나는 어떤 얼굴로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그 순간이 있기에 지금 내가 있고, 동생은 또 다른 부모가 되었죠.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08. 무균실에서의 89일 생존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