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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l 26. 2021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걸,<디태치먼트>

2021년 61번째 영화

제목: 디태치먼트(detachment)

감독: 토니 케이, 출연: 애드리안 브로디(헨리 바스), 마샤 게이 하든(캐롤 디어든), 크리스티나 헨드릭스(사라 매디슨)

줄거리: 새로운 학교에 배치된 교사 헨리는 학생들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만 과거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유난히 문제아들만 모여있는 학교는 교사도 학생도 서로를 포기한 암담한 상황. 그러나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헨리의 모습에 학생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더 이상 학생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헨리 역시 왕따 메레디스와 거리에서 만난 10대 소녀 에리카로 인해 점차 변화하게 되는데…


전에 제목을 듣고 한번 보고 싶다 했었는데 까먹고 밀리다 밀리다 이제야 보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궁금했다. 엔딩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러가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엔딩 장면이 나오고서는 이 영화는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구나를 깨달았다. 배경은 학교이지만, 여러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 영화는 헨리의 내레이션과 헨리의 일상이 번갈아 나오는 것으로 구성된다.

헨리는 정교사 자리가 비면 자리를 채우는 임시 교사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학생들을 휘어잡는다. 첫 날엔 자신에게 무례하게 군 학생과 메레디스라는 왕따 여학생을 모욕한 남학생을 휘어잡아버렸다. 메레디스는 자신을 지켜준 헨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렇게 학생의 마음을 잘 아는 헨리는 사실은 텅 빈 사람이다. 어릴 적 상처로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정을 주려 하지 않는다.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어릴 적 엄마의 죽은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깊게 트라우마로 남아 버렸다. 아픈 할아버지는 자꾸만 헨리의 엄마(다시 말하면 자신의 딸)를 찾으며 용서를 구한다. 헨리도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모른다. 아무튼, 헨리는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

그런 헨리에게 에리카와의 만남은 기적과도 같았다. 아픈 할아버지를 보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 울며 귀가하던 버스 안에서 남자에게 몸을 파는 에리카를 헨리는 보게 된다. 에리카는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하는 걸 봤으면서도 말리지 않는 헨리를 욕한다. 불쾌한 만남은 며칠 뒤에도 이어진다. 립스틱이 다 번진 에리카를 헨리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몸이 성치 않은 에리카를 헨리는 마치 부모님처럼 돌본다. 그리고 에리카도 점점 성장한다.

위에서 말한 메레디스도 헨리의 마음에 큰 파도를 일으킨다. 자신을 모욕한 학생을 내쫓아준 헨리를 좋아하는 메레디스. 메레디스는 집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바로, 겉모습으로. 메레디스의 부모님은 뚱뚱한 메레디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메레디스는 자꾸 자신을 파고 들어간다. 그때, 자신에게 다가와준 사람이 헨리이고, 메레디스는 헨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헨리는 거절한다. 그 모습에 상처를 받은 메레디스는 세상에 자신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언제까지나 돌볼 수 없던 에리카는 청소년 시설에 맡겨지게 되고, 다시 혼자가 된 메레디스는 자신이 구운 머핀을 먹고 자살을 한다. 메레디스의 자살을 눈앞에서 본 헨리는 크게 달라진다. 헨리는 에리카가 지내는 청소년 센터로 가 에리카를 부둥켜 안는다.


영화를 다 보니 영화의 제목이 '디태치먼트'(분리)인 이유를 알 것 같다. 헨리는 사람들을 분리하고 마지막에선 남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자신을 분리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헨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 모른다. 더 가까워져 그 사람이 자력을 잃어버리면 그 이후에 더 힘들어지니까 말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는 사람이었다. 정성을 다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로 인해 지친 적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을 다 알지 못하고, 타인이 아니므로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일이나 힘들어하는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공감은 한다지만, 개개인에 따라 힘듦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므로 우리는 타인의 마음에 완전히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헨리가 거리를 두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학생, 그러니까 미성년자였으므로 무언가를 해주기도 더욱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헨리는 달라진다. 메레디스에게 다가가 미안함을 표하고, 메레디스가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을 해준다.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냉정함을 비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헨리의 상처가 어떤 것이었는지 자세히 나왔다면 헨리에 더 많은 이입감을 불어 넣어주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헨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고하는 것이니까.

오랜만에 날 반성하게 하는 영화를 봐서 따끔했다. 촬영기법과 색채가 독특해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다음에 한 번 더 봐야겠다. 꼭!


"지루하고 어둡고 조용한 그 해 가을

구름이 천국에서 우울하고 낮게 흐를 때,

말을 타고 기묘하게 두려운 시골길을 지났다.

우울한 어셔가의 저택을 보며

저녁 이슬의 그림자 같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저택을 보자 우울함이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 곳의 피흘리는 벽과

단순한 풍경을 보았다.

나의 우울한 영혼과 썩어버린 나무를 보았다.

그것은 구역질나는 마음의 냉정함이었다." -디태치먼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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