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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y 05. 2021

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소울>

2021년 3번째 영화

제목: 소울(soul)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제이미 폭스(조 가드너), 티나 페이(22), 다비드 딕스(파울)

줄거리: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작년 겨울, 나는 편입 시험을 준비중이었다. 픽사 처돌이었던 나는 '소울'이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했지만...코로나 재유행 덕분에(?) 1월로 개봉이 밀렸고, 나는 무사히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작년 여름에 <온워드>라는 작품을 보고 실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소울>을 기대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로 굉장히 고민을 했다.(한 번 실망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성격) 내 예상대로 반응이 나뉘기도 해서 일단은 최대한 기대를 덜기로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러 가기 전날이 되자 내 마음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결론은 그 기대를 뛰어넘는 영화였다. 이 시기에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조 가드너는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 교사이다. 어머니 등쌀에 떠밀려 교사가 되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살고 있다. 조 가드너의 원래 꿈은 '재즈 피아니스트'. 재즈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뛰는 조 가드너는 지인의 부름을 받고 한 클럽으로 달려간다. 피아니스트의 펑크로 운 좋게 피아노 연주를 대신 맡게 된 조 가드너! 단번에 단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내친김에 공연까지 함께하게 될...뻔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조 가드너는 맨홀에 빠지게 된다.


맨홀에 빠진 조 가드너는 형체가 변한 채,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예상치 못한 여행을 떠난다. 이 곳은 정말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므로 지구에 태어날 생명체들의 인격을 형성하고 교육을 도맡는다. 어찌어찌하다 이 푸르딩딩한 것들의 멘토가 된 조 가드너는 멘토들의 말을 듣지 않기로 자자한 '22'를 만나게 된다.('숫자'는 푸르딩딩한 것들의 순서?를 의미한다.) 중요한 공연을 앞둔 상태인 조 가드너는 공연이 시작하기 전 지구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지구 통행증! 지구 통행증은 멘티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고, 여러가지 능력들을 갖춰야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멘토인 조 가드너는 통행증이 주어질 수가 없고, 고민 끝에 22가 통행증을 얻으면 그걸 뺏어 지구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했듯 22는 멘토들과 잘 맞지 않는다. 조 가드너는 22를 교육해 지구로 돌아가 무사히 공연을 해낼 수 있을까?



아무 이야기도 없이 끝내면 픽사가 아니지!


행복한 결말만 보여줬더라면 이 영화는 다른 애니메이션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픽사는 항상 차별점을 두기에 이번에도 '메세지'를 담았다. '꿈과 목표가 없어도 우리는 사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이러한 메세지를 깨우칠 때, 나는 울었다. 여태껏 시험을 위해서, 꿈을 위해서 고생한 나에게 '너 그러지 않아도 돼. 살아 있는 것만으로 참 잘한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작년에도 편입 시험 합격을 목표로 하고 살았고, 그 전에는 대학 진학, 훨씬 전에는 시험, 인간관계 등등 다방면으로 목표를 잡고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지친 상태였다. 지금 합격 발표도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라 때때로는 불안해지는데, 이 영화를 보니 마음에 조금 평화가 찾아왔다. 이 영화를 보고 울었던 이유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는 모습이라던지, 모진 말로 나를 몰아가는 모습이라던지 내가 내 자신에게 상처주는 모습을 주인공들을 통해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내 자신을 아껴주지 않은 내가 미웠다. 그러면서 '너 잘 살았어. 여태까지 잘 버텨줬어.'라고 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울>은 어떤 부분에선 코로나로 일상이 망가진 이 시기에도 참 잘 어울린다. 낙엽 잎이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는 것을 보기도 힘든, 파란 하늘을 한 번 쳐다보기도 힘든 우울한 시기지만, 언젠가는 이 무시무시한 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기쁜 삶을 살 거라고 토닥여준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쉽게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시기라 더 그런 것 같다. 모두의 마음에 <소울>이 한 줄기 불꽃이 되기를. 아니, 불꽃은 찾지 않아도 되니 소소한 행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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