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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 Dec 20. 2024

선물 같은 육아휴직이 시작되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드디어 휴직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쓰기 위해 남겨두었던 휴직을 하기 위해 휴직원을 제출하고 왔다. 어디 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나도 모르게 자꾸 입꼬리가 올라간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옆직원의 핀잔에 무표정해 보려 노력해 본다. 흠.. 잘 안된다. 애써 즐거운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무실에 있던 나의 물건들을 정리해 본다. 모든 짐을 차에 실었다.

'안녕!!! 1년 뒤에 돌아올게~~~'


아이를 출산하면서 시작된 '육아'는 상상해 왔던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체력의 고갈을 가져왔다. 체력소모와 더불어 힘들었던 또 하나는 내 삶의 초점이 나에게서 아이로 이동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 샤워, 식사, 수면은 당연하고 볼일을 보는 것까지 아이가 자거나 기분이 좋을 때를 틈타 재빨리 다녀와야 했다.

기본적인 욕구충족과 일상패턴은 무너졌고, 언제나 나의 상태, 감정이 먼저였던 삶에서 아이가 우선이 되는 삶으로의 변화는 예상했음에도 당황스러웠고 때로는 서럽기까지 했다.

산후우울증이란 말까지 있지 아니한가. 출산과 육아만큼 전후의 삶에 대한 태도와 살아가는 방식이 확 바뀌게 하는 게 세상에 있을까 싶다.

잠은 언제 충분히 잘 수 있을까 매일같이 피곤에 절어 있었던 백일이란 시간은 천천히 다가왔으며, 변화된 삶을 받아들일 때쯤 되니 돌이 되었다. 아이가 잘 걸어 다니기 시작할 때쯤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이때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그것도 잠시,  다시 사무실로 복귀한 나의 일상은 이제 '육아'라는 새로운 일과가 추가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깨워 간단히 먹이고 데려다주고 출근해서 일하다가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데리러 가서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하루가 끝이 나는, 이른바 투잡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기침, 반점이 올라오면 긴장되기 시작한다. 수족구, 구내염, 장염 같은 전염병이라도 걸리면 며칠을 쉬어야 했고, 특히나 코로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기침이나 열이 나면 더욱 신경이 곤두섰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나도 빨리 승진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워킹맘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연락이 오면 하던 일을 접고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당연해졌고, 양가 부모님의 손길을 빌릴 수 없었기에 가끔은 남편에게 부탁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나의 몫이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고 아이에게 받은 행복감은 모든 것을 상쇄시켜 줄 정도로 커다란 것이었다. 노력한다고 노력했음에도 아이가 잠이 들면 항상 미안했고, 그럼에도 웃어주는 얼굴에 고마웠다.

마음에 여유가 더 있었으면 예쁜 모습을 조금은 더 담을 수 있었을 텐데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너무 서툴렀다.



시간은 흘러간다. 


아이가 언제 클까 싶었는데 어느새 혼자 일을 보고 마무리도 하였으며 옷도 스스로 챙겨 입는다.  씩씩하게 태권도 학원도 다니게 되었다. 드디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게 되었고 나의 마지막 육아휴직이 가까워졌다. 아이의 학교적응을 위해 휴직한다고 했지만 사실 이번에는 나의 사심을 가득 채워볼까 한다. 당연히 엄마로서 해야 했던 양육이지만 그렇다고 당연히 나의 마음이 괜찮고 위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조금은 쉼표를 찍고 가보려 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일단은 여행부터 다녀와서 무엇을 하며 보낼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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