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미래'를 누가 약속하는 거죠?
지금 한국 아이들은 똑같은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리고 있어요. K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이 한국의 의대 쏠림 현상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처럼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정시 등록 포기가 42.3%를 넘어가고, 수능 만점자가 전공으로 컴퓨터 공학을 선택하면 주변에서 만류하는 시대예요.
이런 현상이 단순히 학생이나 부모 개인의 욕심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확실한 진로, 하나뿐인 정답, 공부의 목적이 모두 의대 진학으로 귀결되는 건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불안을 증명하죠. 의사라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한국과 공학의 가능성과 확장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중국, 이 두 국가 경쟁력 차이를 지적하기 이전에 풀어야 할 문제고요! 물론 저도 의학 계열을 전공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맹목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조건 의대를 원한 건 아니었어요. 어쩌다 모두 의대에 가야만 하는 분위기가 당연해진 걸까요?
이 현상이 두드러진 건 IMF로 인한 공학자 대량 실직 사태 이후에요. 당시엔 경제 규모를 키우고 나라의 주축을 이룬 자동차, 조선, 건설업 등이 한순간에 휘청하며 석박사까지 직장을 잃었어요. 공부 자체가 계층 이동의 기회처럼 여겨진 6.25 전쟁 이후와 달리, 들인 노력이 안정적인 커리어로 돌아오는 쪽에 인재가 몰리게 되었고요. 전 국민적 생존 트라우마가 조건반사적으로 의사라는 증명된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렇게 불씨가 준비되었다면, 기름을 부은 건 바로 입시컨설팅과 학원의 마케팅 문구예요. 의대 진학 가능성이 단 몇 프로만 있다면, 부모의 불안을 자극해 상향 지원도 감수하게 만들어요. 지금 당장 1-2년 더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나중에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요. 그 과정에서 학원만 학생을 재화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부모까지 보상 심리를 갖게 될 수밖에 없고요.
<인재전쟁>에서 의대 쏠림 현상의 가장 큰 문제로 바라본 건 한국의 기술 경쟁력 상실이에요. 좁은 문으로 인재가 쏠리면서, 적재적소는 커녕 구조적 붕괴가 올 수 있으니까요. 이공계를 선택한 인재들이 결국 미국, 중국 등 더 장기적인 연구와 큰 보상이 주어지는 곳으로 유출되는 점도 지적하고요.
그런데 사실 살다 보면 그런 사회 문제보다 당장 안락한 생활이나 사람들의 시선이 일상과 더 가깝잖아요.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적인 R&D 지원과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스템상 해결책이라면요. 집단으로 느끼는 불안을 직면하고, 단순히 직업적 안정이 아니라 삶의 안정이 무엇인지 같이 이야기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불과 몇 년 전, 코딩이 취업 관문 치트키처럼 떠오르며 비전공자까지 너도나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는데요. AI의 빠른 발전, 투자 유치 실패 등의 이유로 2024년 기준 미국 시장에선 4년 사이 30% 구인이 감소했고, 한국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대표적인 IT 기업들이 수익성 낮은 사업을 공격적으로 정리했다고 해요. 문과 계열의 '의사'인 변호사도 10년 사이 두배 이상 늘며 평균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고 하고요.
불확실한 것을 피한다고 다 안전한 건 아니에요. 이미 직업 시장, 산업 구조, 라이프스타일까지 너무 빠르게 변하면서, 직업이 주는 안정성과 보장하는 지위도 덩달아 흔들리거든요. 모두가 안정적인 커리어를 위해 똑같은 길을 가는 게 곧 리스크가 되고 있어요.
타인이 설계한 길 끝에서 얻는 ‘확실한 미래’는 유연한 직업에 대한 정의와 세대교체 앞에 모래성만큼 위태로워요! 사실 사람이 안정을 느끼는 건 고정된 직업이나 쌓은 부처럼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나’를 잘 알고 세상의 흐름을 읽는 때 내면의 감각에서 나오거든요. 부모가 안정을 물려주고 싶다면 이미 정해버린 진로를 무작정 밀어주는 게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방향을 읽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 이유예요.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불안한 부모와 무기력한 아이들을 만나게 돼요. 그리고 ‘꿈의 직업’을 맹목적으로 좇으며 자기만의 리듬을 잃어버린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려지죠. 행복에 대한 정의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나와 내가 속한 환경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에서 시작된다고 믿어요. 남들이 말하는 안정이 아니라 진짜 안정을 찾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과 노력을 할 수 있길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