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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Oct 14. 2024

흰수염고래


흰수염고래의 안부를 묻는다

흰수염고래가 안부를 묻는다


낯설다, 우리가 바다에게
고래가 인간에게 안부를 묻는다는 게


깊은 바닷속은 하늘에서 떨어진
푸른색 잉크처럼 짙고
의도 없이 흐른다는


처음 마주한 수평선과

두려워하지 않는 고래의 뒷모습

그가 부르는 노래를 존경한다고 바다가 말했다
험한 파도로 내 몸을 감싸 안으며


그래서, 상처는 아물었습니까


포경선의 선장은 작살 대신 망원경을 들었고

날이 선 질문에 아이처럼 답했다

대양의 한가운데서 외로워질 때마다
내가 커졌단 사실은 확고해졌으니까


동족의 울음소리가 담긴
파도를 삼키는 연습을 하는
거대한 저 고래처럼

불협화음이 몸속을 떠돌고
부서진 배들이 푸르게 녹아내렸다

이제 더 물어볼 것은 없을까

바다를 본뜬 하늘 위로 날아가는 갈매기 한 마리


흰수염고래의 상처는 아물었습니까


낯설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의 안부를 묻는 일

어디선가 물거품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그의 여정을 지켜본 것은
저 드넓은 바다가 유일하다


YB - 흰수염고래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며칠 전 택시에서 들은 노랫말이 마음 깊은 곳을 울렸습니다. 소설 모비딕의 에이해브 선장이 떠오르더라고요. 흰 고래를 쫓다 파멸한 그와 달리, 흰수염고래는 두려움도 복수심도 없이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창업 이후 종종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듯한 고독을 느낍니다. 때론 그 고독이 외로움으로 변해 저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자유로워 보이는 흰수염고래도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고래는 멈추지 않습니다. 유유히 바다를 누비며 자신만의 길을 갑니다. 저 역시 그러고 싶습니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처럼, 파도를 헤쳐 나가는 흰수염고래처럼. 우리 모두 각자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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