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치환하기
학창시절에는 조금만 노력하면 이력서에 추가될 만한 것들을 얻는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3년만 잘 다니면 중학교 졸업장과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고, 학교에서 들으라는 학점만 채우면 대학교 졸업장도 받을 수 있었다.
직장에 들어와서 보니 학교에 다닐 때처럼 매년 뭔가 채워가는 재미가 없다. 자연스럽게 바뀌는 건 입사 몇 년차 이거 밖에 없는데, 이걸 이력서에 명시적으로 넣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시간이 그리 즐겁지 않았고, 성취감이나 동기부여도 많이 떨어지는 걸 느끼게 되었다. 특히 내 전공과 다른 분야의 업무를 억지로 해야될 때는 감정적으로 다운된 상태가 되기도 했다.
이런 매너리즘에 빠질 때 즈음에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방법 중에 하나로 목표 치환하기를 선택했다.
목표 치환하기는 말만 거창하지 실제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한창 축구를 열심히 하던 무렵 패널티를 찰 기회가 있으면 골을 넣겠다는 생각보다는 골대 뒤의 막대기를 맞추겠다 라는 목표로 공을 찼었다. 원래 목표와 다소 다르긴 해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달성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효과적인 목표 치환이랄까.
직장 생활에서의 목표로 꼽을 수 있는 것이라면 정년까지 일하는 거? 연봉 올리는 거? 일 잘하는 거? 인정 받는 거?
나의 경우에는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1) 나에게 주어진 직무는 내 손에서 마무리 하기.
2) 내 시간의 15%는 팀원을 위해서 할애하기.
이렇게 목표를 바꾸고 나에게 주어진 과업들을 하나씩 체크해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일하는 방법이나 일하는 능력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작은 성취감 등을 통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는 했다.
그리고 팀원들의 업무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팀원의 일들 중에서 내가 몰라서 배워야 되거나 진도가 더디게 나가는 일들 중에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들은 같이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들 중에서도 다른 직원들과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 일들은 조금씩 떼어주기 시작했다.
이게 완성 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면 나에게 주어진 직무들은 점점 줄어들 거고, 팀원들을 위해서 할애하는 시간은 늘어갈 거다. 그렇게 되면 팀으로써의 고과가 내 개인적인 고과보다 더 중요해 지는 시점이 올 거다. 그 때는 디테일은 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목표 치환하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