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기 9.

카봇 퍼즐

by Staff J


첫째 아들이 가지고 놀던 카봇 퍼즐이 있는데 그게 거의 200피스 가까이 된다. 5살 즈음의 아이에게 200피스 가까운 것은 당연히 무리였고 매번 엄마 아빠는 호출되었다. 약 1시간 여에 걸쳐서 어렵게 맞춰 놓아도 완성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엎어버리기 일수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


그 일을 두 번 반복하니 나도 꽤가 나서 퍼즐과 해당 칸에 숫자를 적어놓았다. 앞의 그림과 상관없이 피스의 뒷 숫자를 보고 해당 칸에 놓기만 하면 완성이 되게 만든 것이다. 이후 아직 숫자를 몰랐던 우리 아들에게 아빠는 어느샌가 퍼즐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우리 아들이 그걸 하겠다고 꺼냈다. 유심히 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맙소사... 예전에는 피스의 그림을 보고 이리저리 맞춰보는 시도 끝에 정확한 위치를 찾아갔다면 이제는 그런 거 없이 뒷면의 숫자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들어 놓은 체계를 습득하고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3자리까지 숫자를 깨우치고 또 시스템을 이해한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림을 보고 상상하는 기회를 의도치 않게 박탈한 것 같아 뭔가 찜찜하다. 그리고 효과적인 결과의 달성과 과정에서 얻는 배움 중에서 전자만 강조된 것 같아 이게 옳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게 문자를 깨우치기 시작하면 상상력이 제한되기 시작한다는 말의 예가 되는 걸까...


난 교육 쪽은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사내 아이 둘을 둔 아빠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어떻게 그리고 어떤 식으로 양육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래서 카더라 통신에 때로는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분야 10년 하면 전문가가 된다던데, 될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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