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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ff J Oct 05. 2024

버스 묵상 33.

보고싶다 친구들아

1. 고장


 아이들이 컴퓨터를 쓰다가 들고 왔다.


아빠. 하얀색 노트북이 자꾸 마이크가 안 나왔는데, 방금 파란색 화면이 나오면서 꺼졌어요.


내 머리에 불현듯 스치는 생각은


아, 이거 큰거다..



2. 점검


점검을 시작했는데 부팅 되다가 꺼지고 다시 재부팅 된다.


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한번 더 마음을 다진다. 애들한테 화내지 말자. 애들이 고장내고 싶어서 낸 건 아닐거다.


조금 기다렸다가 조심 조심 켰다. 다행히 부팅이 되었다.


클릭을 하려고 키패드를 눌렀는데 움푹 들어간다. 아마 아들들이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주 힘줘서 눌렀나 보다.



3. 백업 및 초기화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데이터를 파일 서버에 백업하는데 중간에 또 파란 화면 ;;;;


다시 조금 기다렸다가 켜서 나머지 부분을 백업을 시도했다.


다행히 백업은 끝났다. 이제 초기화를 할 차례. 초기화 시도했더니 다시 파란 화면....


유에스비에 부팅 디스크 이미지 떠서 해야하나 하다가 귀찮다는 생각이 더 앞서서 다시 초기화를 시도했다.


오.. 된다. 잘한 선택이었다며 기다리고 있는데 몇번의 재부팅을 거치더니 파란 화면이 다시 뜬다. 초기화 실패.


다시 조심스럽게 부팅을 하고 다시 정성을 다해 초기화를 시도했다.


좀 오래 걸렸고, 중간에 전부 초기화할 수는 없었다는 메세지가 뜨기는 했지만 큰 문제 아니라고 여기며 그냥 마무리 했다.



4. 재설정


백업했던 것들 옮기면서 파일 서버의 자료들과 외장 하드에 있던 자료들도 정리했다.


애들 옛날에 보던 영어 자료나 책들도 다 지우고.


하루 종일 해도 안 끝났다.



5. 발견.


그러다가 private 폴더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 내가 고백할 때 사용했던 악보들을 저장해 놓은 폴더도 있고 ㅋㅋㅋㅋ


졸업할 때 예수전도단 친구가 공유해준 졸업 헌정 영상도 있었다.


20여분 정도의 영상을 시청하고 나서....


이 친구들 중에 일부는 연락이 되는데 일부는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고,


일부는 좋은 일로 tv에 나오기도 하고.


일부는 여전히 교회를 다니고 있고, 일부는 교회를 안 다니고 있고.



6. 중요했던 거


한 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신앙이라고 고백했던 친구들이 그거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라고, 교회 안 가는게 그저 마음의 작은 부담감으로 여기는 정도로 변했다는 게 참 안타까움.


다같이 보면 좋을 것 같음. 약간은 순수했던 그 때 신앙을 바라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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