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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Apr 10. 2023

사랑의 기쁨

<웬디 수녀의 명상>

항상 기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기분 좋게 지내기도 쉽지 않은데 기쁨에 도취되어 자아의 경계 밖으로

튕겨져 나간 듯한 모습이 있다. ‘테레사 성녀의 황홀’이란 작품은 조각이 정적(精的)이라는 관념을 깨고

표정부터 모든 움직임이 살아있다.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베르니니는 타고난 천재성과 끊임없는 노력,

게다가 지독할 정도의 열정으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20대 초반부터 ‘페르세포네의 납치’, ‘아폴론과

다프네’, ‘다비드’ 같은 걸작으로 대가의 반열에 들기 시작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 바로크 예술은 가톨릭 안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의 강렬한 에너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16 세기에 시작된 신교(프로테스탄트)에 대한 대응으로 교리와 조직을 재정비한 결과 17세기 들어서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다. 가톨릭 신앙이 승리했다고 스스로 선언하면서 그 열망을 화려하고 장엄하게

완성한 것이다.

당시 새로 정비한 로마의 성당들은 조각과 회화, 장식 예술을 총동원해서 가톨릭 왕국의 위상을 높이려고

했다. 그 가운데 최정상의 활약을 선보인 예술가가 베르니니다. 그의 종교적 열정을 형상화한 가장 극적인 작품이 ‘테레사 성녀의 황홀’(1652년)이다. 에스파냐의 성녀 아빌라의 테레사가 신비주의 황홀경에

빠진 순간을 묘사한 이 제단 장식 조각은 최고 걸작 중 하나다. 그런데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프레스코,

스투코(벽면에 바르는 미장 재료)와 조명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극적인 사건 현장에 관객이 참여하는 듯한

착시 현상을 창조해 낸 종합 예술이었다.


스페인 아빌라에서 본래의 뜻을 잃고 사교의 장이 되었던 수도원의 개혁에 전력을 다했던 테레사 수녀

(1515~1582)는 사랑과 나눔의 실천에도 앞장섰다. 그녀는 영적으로 신과 하나가 되는 신비 경험을

자주 했고 하느님과 ‘신비한 결혼'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성모 앞에서 기도 중에 갑자기 환한 빛 속에서

천사의 불화살을 맞았다. 신의 거대한 사랑의 불길 속으로 투척되는 느낌을 받았고 다음과 같이 글로 썼다.

“천사가 들고 있는 황금 창의 끝에는 불이 붙어 있는 듯합니다. 창이 내 심장을 뚫고 내장까지 뚫었는데…

화살을 뽑을 때 내장이 온통 빨려나가는 듯했으며, 나는 신에 대한 위대한 사랑으로 불타올랐습니다.

고통이 너무 심해 신음 소리가 나왔지만, 동시에 큰 고통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이 너무 커서 이 상태가

멈추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성녀 테레사의 엑스터시',1645-52,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350cm,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로마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눈을 반쯤 감고 입이 벌어져 있는 성녀의 모습은 에로틱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옷의 구김은 몸부림을 연상케 하고 손과 맨발은 아래로 쳐져 있다. 테레사의 얼굴에는 그녀의 말처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법열(法悅)의 이중적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성녀의 황홀경이 오르가슴에 비유된 표현이라 우리는 차라리 화살을 든 천사의 표정, 무욕의 기쁨이 부드럽게 어려있는 쪽으로 돌리는 게 편하다. 천사의 얼굴은 궁금증이 가득한 듯 빛나고 있지만 성녀가 경험하는 엑스터시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황홀감을 믿으며 기쁘게 지켜보듯이 주문자나 관객들 역시 엑스터시 순간에 직접 참여하면서

신비의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순수한 희열을 느낄 때 잠시 들어가게 되는 현실 세계 저 편으로 우리도 갈

수 있다면... 모든 존재의 근본이 사랑임을 깨닫는 이 기쁨은 거룩한 경험이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게 할

것이다. 작품을 만든 후 베르니니는 힘든 일이 있으면 테레사 성녀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God is love, and whoever lives in love lives in union with God and God lives in union with him.   <요한 1 서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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