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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빔히 Jul 27. 2024

어두운 여행 중입니다

나에게 사람 많은 장소란

나는 중1 때 이후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급식실에 가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잘 가던 급식실까지 두려워진 거다. 고등학생 당시 아직도 급식실조차 못 가는 내가 너무 서러웠다. 왜 나는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밥을 며칠 먹지 않은 것을 들은 보건선생님은 보건실에서 밥을 먹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첫 고등학교 급식을 먹는 날이었다. 안 그래도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던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슬펐다. 기쁘기도 했지만 잘 먹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 많은 곳을 힘들어했던 기억의 처음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다. 현장체험학습으로 놀이공원을 갔지만 말도 안 되는 놀이기구에 끼었다는 거짓말을 치고 선생님과 자리를 피해 있었다. 죄책감이고 뭐고 없었다. 너무 힘들었기에.


이 상황이 다 기억나는 이유는 힘들어서라고 추측한다. 나는 항상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갔던 날들이 유독 기억에 잘 남는다. 그때의 답답한 공기, 시끄러운 소리, 그리고 시아가 흐려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매번 사람이 많아 조금이라도 힘들었던 날이 있었다면 그 장소는 절대 가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점점 노는 것도 긴장감에 나를 죽을 만큼 원망했다. 노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니,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 후로 급식을 먹을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 교실도 힘든 내가 무슨 욕심일까 싶었고 그 생각은 학교를 다니는 것에도 영향을 끼쳐 결국 학교를 포기하고 낮병원을 오갔다.




그래서 현재는 어떤지에 대해 말해보자면 힘든 건 여전하다. 그러나 도전 중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최근 영화관도 가보려 도전하고 사람 많은 알바도 경험해 봤다. 민폐가 될 수 있다 한들 이런 경험이 나를 성장시킨다면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결국 영화는 사람 적은 곳에서 보는 것을 택하고, 알바는 금방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실패여도 나는 시도를 했다는 것 만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기억하기로 했다. 급식을 한 번도 먹지 못한 과거의 나보다 몇 배는 더 나은 삶을 찾았으니까.


나는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길을 찾아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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