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빔히 Aug 03. 2024

졸업식을 피했다

내가 나를 알아야 하는 이유

나는 초등학교 졸업식날 눈물을 흘리며 친구들보다 먼저 집으로 향했다. 그땐 내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화목해 보이는 모습의 자격지심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우리집이 불행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도 집 안에서의 충격적인 과거의 일들이 잊혀지지 않기에 그 감정이 쌓여 눈물이 났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전일이기에 틀린 말이라고 확정 지을 순 없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른들과 학생들이 좁은 교실에 가득 찼던 순간이 힘들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었던 순간의 이유를 중학교 때까지도 몰랐던 나는 울었던 그 사건이 많이 수치스러워서 중학교 졸업식은 아예 나가지 않았다. 졸업사진도 찍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찍게 되었는데 사진이라도 기분 좋게 찍고 싶었지만 처음 본 어른에게 말을 하지 못했던 시기였어서 대답을 못해 상처받는 말을 들었다.

"얘는 말을 못하니?" "우리나라 사람 아니야?"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이런 뉘앙스였다. 웃으면서 장난치신 거 같았지만 이 말을 어떻게 장난으로 받아들이나, 나는 울먹이며 사진이 찍혔고 사진이 잘못 나온 건 당연했고 이 상황과 이런 나의 모습이 혐오스러워서 사진은 한번 보고 펼쳐보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사진 안 찍을 거냐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안 찍는다고 말했고 졸업식땐 입원을 하여 가지 못했다. 다행히 아니라 당연했다. 어떻게 해서든 나가지 않아야 했다. 엄마가 대신 학교에 찾아가 내가 없는 졸업사진과 졸업장을 받아오며 축하한다는 말에 엄마에게 미안했다. 컨셉사진을 재밌게 찍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내 아픔은 나를 더 밉게 만들었다.

사람이 어렵고 사람 많은 곳이 힘든 이유를 찾기 위해 꾸준히 나를 알아가야 했다. 아직도 어렵기만 한 내 속마음을 계속해서 꺼내서 나는 달라질 것이다. 타고난 기질일까 봐, 환경이 날 이렇게 만들어 달라지지 않을까 두렵지만 공포감 속에서 나는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피하고만 살아가 망가진 내 모습에 좌절하게 될까 겁이 난다.

한 번도 졸업식을 제대로 마친 적이 없으니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이게 나를 위한 선택이었을 거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여준다. 아무도 공감해주지 못할 일이라 생각해서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다. 내가 너무 안쓰럽고 못나 보이지만 나를 사랑해줘야 변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노력 중에 있다. 나에게 어렵고 힘든 숙제이지만 누구보다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전 07화 어두운 여행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