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았던 입원의 시작으로 입원생활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번주에 퇴원한 나는 가끔 환자분들과 함께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익숙해졌고 항상 지루한 입원생활이지만 나를 위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 생각하려 한다.
고1 때의 첫 폐쇄병동 입원, 물론 중2 때도 입원 권유를 받았지만 개인사정으로 하지 않았다. 차라리 그때 그냥 입원했으면 좀 더 나았을까. 왜 장기전이 되어버린 걸까.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중1 때 이후로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 당시엔 의사는 다를 테니까 라는 생각에 입원까지 한 거 믿어보기로 했던 것 같다.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말은 했지만 완벽히 치료되지 않은 이유로 만족하지 못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증상들의 비해 많이 노력한 나인데 칭찬을 많이 못해준 것 같다. 고작 17살이라는 나이에 첫 정신과 입원이라는 게 막상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지금까지 치료받고 있는 나를 위해 잘하고 있다고 해준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공감조차 잘 안될 내 상황을 자신을 위해 토닥여주고 싶다.
"잘하고 있어, 고생 많았어, 많이 힘들 텐데 버텨줘서 고마워."
의료진분들에겐 너무 감사했지만 치료받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고 학교를 다니는 상태였기에 2주 정도 있다가 퇴원을 하고 다시 외래로 다녔다. 항상 엄마와 같이 병원 갈 때면 엄마만 주절주절 말을 했다. 정작 나는 엄마에게 힘든 점을 잘 말하지 않았다. 치료가 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정확하지 않은 상태 파악에 약처방이라니, 물론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었지만 그것도 나에겐 어려웠으니까.
그런 원인일까, 나의 상태는 너무 나빠졌고 또 입원을 결정했다. 그때의 나는 1년 후인 고2, 강제로 개인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아픈 친구들은 정말 많았다. 물론 나도 아픈 사람이었다. 여긴 전 병원이 그리울 정도로 치료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친해진 애들과 안 좋은 행동도 하곤 했다. 나가게 해달라고 소리쳐도 나갈 수 없었던 나는 오히려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반을 여기서 치료 아닌 치료를 받았다.
그래도 도움이 됐던 치료의 방법이었을까, 많응 경험을 하고 점점 성장하는 내가 다른 병원으로 가자마자 시작된 입원치료가 좋은 교수님과 좋은 전공의 선생님들로 말을 편히 하기 시작하며 혼자 병원도 다니고 약도 잘 먹으며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불편함 속에 두려워하며 사는 나지만 괜찮다. 달라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으니까. 정말 평생 말도 못 하고 숨어 사는 삶을 살아갈 줄 알았다. 나는 편했다. 아주 조금씩. 이 기쁨을 잊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