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복용
약을 잘 챙겨 먹던 도중 갑자기 약 먹는 내가 초라해 보였다. 몇 년을 먹어왔고 비록 잘 챙겨 먹지 않은 날도 많았지만 최근엔 정말 꾸준히 먹었다. 그런데 문득 아침에 일어나 약 4개를 쥐는 순간 비참했다. 이걸 왜 먹고 있나 하는 생각에 잠겼지만 물과 함께 삼켰는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약을 챙겨 먹어야 되는 것도 고통이지만 약을 먹는 것은 아파서라는 이유니까, 심지어 그 약은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게 너무도 고통이다. 아직도 약 먹는 내가 그저 불쌍하다. 이겨내지 못한 내가 밉다.
그 후로 난 또 약을 잘 챙겨 먹지 않았다. 잠으로 하루를 채우고 싶어서 저녁약을 빠뜨린다던지, 굳이 먹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단 핑계로 점심약을 빠뜨린다던지, 늦게 일어났다는 이유로 아침약을 먹지 않았다.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약이란 게 너무 미워서 잘 안 챙겨 먹었다. 내 고통을 내 스스로가 불러왔다. 약을 잘 먹지 않는 나는 평범해질 수 없었다.
자해와 자살충동이 몰려왔다. 그 약들이 뭐라고 나를 이렇게 만든걸까. 어떻게 해야만 약없이 살 수 있는걸까. 정말 내가 의지가 부족한걸까. 일주일만 먹지 않아도 상태는 최악이 되는 난 언제까지 왜 약을 쥐고 살아야 할까. 내 악화되는 모습이 두려워 이제라도 약을 다시 챙겨먹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한 번 습관이 망가지면 이만큼이나 힘들구나를 깨달았다. 나는 나아지는 게 간절하지 않은 걸까.
약을 끊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긴 할까? 찾아오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나는 계속 먹을 자신이 없는데. 지금 당장도 약 먹기가 너무 힘겨운데 언제까지 지속될까 두렵다. 나는 약을 끊어도 되는지 물어본적도 없다. 내 상태는 좋아지지 못했다는 걸 나도 아니까.
그래도 좀만 힘내줘. 부정적인 생각을 잠깐 멀리하고 조금씩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