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내려간 이야기
추석 때 시골에 내려갔다. 오랜만에 내려갔어서 적응이 안 됐다. 공간 자체가 너무 어색했고, 변한 점도 많았고,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저 긴장감에 밥 먹기 조차 힘들었던 추석이었다.
꼭 나쁜 점만 있지는 않았다. 유독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친할머니집 액자에는 예전에 찍은 단체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어린 내가 있었다. 그때도 수줍어하는 사진에 그저 귀여웠다. 할머니는 나를 안아주셨고, 오랜만에 갔는데도 고모들은 내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관심 없는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외할머니는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병원에 있어 시골에 가지 못했을 때도 영상통화를 할 수 없냐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를 반겨주셨고 집 가기 전 할아버지께 인사드릴 땐 내가 어릴 때 머리를 말려주시던 장면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왜 생각이 났을까, 따뜻함이 오래도록 기억된 것이겠지.
좋은 기억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밥 먹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마와 먼저 자리를 피했다. 얼마나 미안한지 나오는 길에 눈물이 날 뻔했다. 그저 나를 탓했다. 이렇게 태어난 내가 미웠고 이겨내지 못한 내가 미웠다.
언니가 부러웠다. 사촌오빠랑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모습과 어른들의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모습이 그저 부러웠다. 나는 혹시나 나에게 질문할까 봐 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차라리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
나는 말실수할까 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누가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겠어. 나도 대화에 끼고 싶지만 무서운 걸. 어색한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니까.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그저 웃기만 했을 거다.
다음 명절에도 내려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다. 좋은 일 보다 나에게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컸으니까. 이런 거 하나 어려워하는 내가 비참하다. 내 인생은 왜 이리 어렵고 힘든 일 투성일까.
내가 나아진다면, 내가 변한다면, 내가 달라진다면 나도 당당하게 얘기하면서 웃고 편해질 수 있을까? 아니 일단 내가 변할 수 있긴 한 걸까? 언제 달라질 수 있는 걸까? 노력하는 방법은 뭐고 나아진다는 확신이 있긴 할까? 나는 나를 믿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