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불편하니
나는 어릴 때부터 말이 없는 편이었다. 사람들의 질문에도 웃음으로 모면했다. 초등학교 때까진 소심한 애였지만 아프고 나선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아이가 되었고, 원인을 찾고 나선 사회불안장애라는 아이가 되었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든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프기만 한 나에게, 말도 없던 나에게 다가와준 한 친구가 있었으나 이번 글은 그 친구랑 멀어질 위기에 놓였다는 이야기이다. 나도 느끼고 있었고 그 친구도 느끼고 있는 듯 하지만 난 그저 우리가 서로 바빴으니라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우리 사이가 불편해진 게 아닐까.
그 친구를 A라고 하겠다. 그 A 친구 덕에 다른 B 친구를 알게 되었고 우린 어느새 셋이서 짱친이 되었다. 나에게 이 친구들은 특별했다. 생일날엔 같이 모여 서로를 축하해 주는 건 우리만의 약속이 되어있었다. 그 외에도 힘든 날엔 곁에서 위로해 주고, 행복한 날엔 함께 웃었다. 그야말로 우리는 청춘의 낭만이었다.
셋이서 노는 날이 많았던 우리는 점차 멀어졌다.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 집중했고 그랬기에 셋이 만나는 날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당연히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면 B 친구와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만나는 것 같은데 왜 우린 어쩌다 멀어지게 된 걸까.
모든 게 내 탓 같다. 사회불안 있는 나는 친구들이랑 있으면 바보가 된 느낌이 들고 혹시나 멀어질까 실수하기 싫어 조심스러워지는 나라서 말과 행동 모두 적극적이지 못한 탓이다. 내가 더 밝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편이었다면, 내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B 친구는 고맙게도 나의 잔잔함이 좋다고 말했고 난 그거에 매우 감사했다. 그렇다고 A 친구가 밉다는 게 아니다. 그저 부족한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나와 놀러 다닌 것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A는 나와 공통된 주제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그게 우리가 멀어진 이유가 되진 않을 것 같아서. 우린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조만간 얘기를 해보고 싶지만 그것 조차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이 언제 떠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살다 보면 평생 함께하자던 약속도 결국 멀어지게 되는 게 사람의 인연이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 예전의 나는 멀어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잘해주려 했지만 그럼에도 멀어지는 게 사람 관계이기에 힘을 쏟지도 않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최대한 하는 편이 되었다.
그럼에도 멀어진 친구가 가끔씩 생각나는 건 당연했다. 잘 지내고 있을지 난 종종 생각을 한다. 그런 사이가 되고 싶지 않기에 나의 짱친들만큼은 평생 친구로 남고 싶었고 정말 그렇게 되고 싶었지만 인간관계란 예측할 수 없는 거라는 걸 깨닫고 나니 무척 슬프기만 하다.
예전 나를 도와주고 챙겨준 거 생각하면 이젠 내 차례가 온 거 같은데 그저 부족한 나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울고 있다. 아무 능력 없는 내가 너무 미워서. 아프지 않은 나였다면 좀 달랐을까 해서. 또한 내가 곁에 있지 않아도 행복할 거 같은 느낌이라는 것.
수많은 말 중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미안해 밖에 없어서, 그게 더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