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플레이리스트는 비밀입니다

별게 다 쪽팔려

by 빔히

예전 입원시절 MP3를 들고 가다 보니 나는 수없이 고통받았다. 아무 생각 없다가 주치의쌤과 면담할 때 듣고 있던 이어폰을 빼서 그대로 면담실에 들고 갔는데 무슨 노래 듣고 있는지 물어보셨다. 난 그냥 웃었고 계속 물어보셔서 비밀이라고 말했다. 어이없어 하시는 웃음이 그게 시작이었다. 매번 MP3를 들고 다니던 나에게 질문은 쏟아졌고 나는 괴로웠다.

그냥 부끄러울 수 있는 거 아닌가? 내 플레이스트가 궁금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난 미쳐버렸다. 알려주기 싫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왜 알려주지 않고 숨기는 내가 이상한 거 같지? 진짜 내가 이상한 건가?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즐겨 듣는 노래를 숨기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입이 안 떨어지는 걸까? 그 하나 기억하기 어려운 거 아니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담은 게 왜 말하기 망설여지는 걸까?

부끄럽다.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왜 부끄러운지 모두가 의아할 것이다. 아닌 척했지만 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거 하나 못 말하는 나도 너무 답답하다. 왜 나는 사소한 것까지 두려움을 느껴야 하나. 살아가는 건 나에게 버거운 일이다.

자세히 말해보자면 내가 즐겨 듣는 노래를 듣고 드는 생각이 있을 테니까 그게 걸리는 거다. 꼭 노래 제목이 아니더라도 장르만 얘기하는 것도 싫다. 나를 평가할 것만 같다. 내가 말없던 시절 랩을 듣는다고 가정해 보자.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를 테니 그걸 예상하지 못하는 것도 무서울 뿐이다. 난 이런 추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싫은 것뿐.

그냥 나도 웃어넘기고 싶다. 그게 뭐라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알아도 쉽지가 않다. 상처받는 말을 들으면 잊혀지지 않으니까 그냥 벙어리가 되고 싶다.

별거 아닌 거 같다고 비웃지 마요. 저에겐 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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