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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행시 Oct 02. 2024

어떤 기대

명언 : 기대가 클수로 실망도 크다

  확실히 나는 순수한 사람은 아니다. 은근히 계산적 이고 욕심도 많다.


 솔직히 처음에는 직원들과 친해보자는 단순한 의도였지만 점점 부서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발휘 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귀찮아 할 수도 있는 이런 저런 일들을 시도해 봤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내부 분위기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외부 평가가 좋았다.


 연말 부서평가에서 가장 많은 시상을 받았다. 직원들 개인표창은 물론 외부재원, 수시평가, 우수사례 공모, 청렴도 평가 등 거의 모든 평가에 수상 부서로 선정되었다. 오죽하면 시상 무대에서 우리과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또 받아?”라며 직원들이 수근거렸을까? 부서장급 회의에서도 수상을 축하하는 동료들의 인사를 받을 때마다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 부서장들이 평가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5급이상 직위자는 연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연봉제는 2006년에 도입되었다. 기존의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급여가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연봉제로 바뀌면서 직무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함으로써 업무 효율성과 실적을 높이려고 했다. 민간의 급여방식을 공직에도 반영한 것이다.  연봉을 이루는 주된 요소는 기본급, 직무급, 성과급, 제수당인데 여기서 성과급이 바로 연봉액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기본급은 호봉과 같은 산정방식으로 근무연수에 따라 주는 거라 큰 의미는 없다. 직무급도 직무의 중요도와 난이도에 따라 추가되는 금액이지만 차이가 없다. 제수당은 가족수당이나 근무지역 수당으로 개인별로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금액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과급은 얘기가 다르다. 개인 또는 팀의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보너스 형태로 업무성과가 우수한 경우 더 높은 보상을 받을 확률이 높게 된다. 나는 여기에 포커스를 뒀다. 근무경력이나 직무급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성과급을 통해 높은 연봉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거였다. 한번 책정된 연봉은 그 다음해 연봉책정시 기본금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누적 연봉 자체가 높아졌다. 물론 연봉액도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 있기는 하다.  


 또 한 가지 성과금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퇴직 연금과도 관련 있기 때문이다. 많이 받으면 연금도 많이 받게 된다. 승진을 빨리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오른 급여로 퇴직 연금이 책정되기 때문인 것이다. 나는 대체로 승진이 늦었다. 그러니 퇴직연금이 동기에 비해 훨씬 적었다. 그러니 하루 빨리 급여를 높여  은퇴 후에 연금을 조금 더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생각만 한다고 그게 현실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잘 될 것만 같았다. 직원들이 정말 잘 따라줬고 내게 그동안 없었던 운도 어느 정도 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올해 받은 평가는 내년도 연봉 책정때 반영되기에 나는 조용히 내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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