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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

by 지원

바다는 그랬다.

마음을 오묘하게 했다.

흘러가는 물이, 일렁이는 파도가,

들어오는 느낌에 벅차올랐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물결에 섭섭하게 하곤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내어줄 듯,

나의 못난 점을 다 안아줄 듯,

그렇게 다가왔다가 말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그렇게 바다가 다녀 간 새벽이면 잠을 못 잤다.

눈물로 지새운 그 날의 아침 태양은 무정하게도 밝게 빛났다.


바다를 만난 후부터 현재보단 과거를 그리며 살아간다.

과거의 바다가 그리워 내 기억 속 그의 흔적을 찾는다.


밝게 웃는 바다의 모습에 아름다워서 웃음 짓다

갑자기 밀려오는 허망함에 고개를 떨군다.

언제쯤 다시 올지 그를 기다리며 또 하루를 떠나보낸다.


-


바다는 나와 달리 따뜻한 사람이었다.

숨을 쉬는 모든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와 다르게

그는 숨을 쉬는 모든 것을 사랑했다.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릴 줄도 알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금방 행복해지는 사람이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그런 날이면 버스 정류장에 나를 데리러 오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내 앞에 있던 그런 사람.


사람을 그리워해본 적 없던 내가

처음 그립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사람.


계속 의문이 든다.

네가 나를 왜 떠나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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