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또 다른 이름
다음날로 넘어가는 12시.
적적한 방 안에서 침대에 폭 안겨 무료하게 휴대폰을 들어 스크롤을 내렸다.
화면 가득 사람들의 웃는 사진. 지겨워. 그런 사진들을 보며 지겹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진심으로 즐거워 이런 사진들을 올리는 것일까?
그러다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하늘아, 어디야? 나 지금 여기 너네 집 근처 포찬데 올래?
아름이의 문자였다. 심심한데 오랜만에 나가 보기나 할까.
고민을 하다 오늘 입었던 옷을 주섬주섬 꺼내며 아름이에겐 나가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도착한 시간에는 널브러진 상차림과 비어있는 술잔 취해있는 아름이,
그리고 그 애가 있었다.
풀린 눈으로 나를 발견한 아름이는 휘청거리는 몸으로 나에게 오고 싶어 했지만
술에 취해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그런 아름이를 당황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었다.
하늘아아아. 어눌해진 발음으로 한 잔만 더 마시자는 아름이를 보며 후회했다.
아... 오늘은 나오지 않는 건데. 그러다 아름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다.
계산을 마친 그와 취한 아름이를 옆에 낀 나는 술집을 빠져나왔다.
아름이를 택시에 실어 보낸 나는 그제야 그 아이가 눈에 보였다.
마주한 나에게 그는 미안한지 사과를 했다.
괜찮아. 아름이가 많이 취했네.
초면에 공동의 목표가 생겨 해결한 우리는 아름이가 가고 난 뒤로 갑자기 어색해졌다.
그러다 먼저 말을 꺼낸 건 그였다. 그의 이름은 바다. 바다라고 했다.
이름이 이쁘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말을 건네는 바다를 봤다.
술 마시고 싶어서 나온 거 아니야? 마시러 가자 아름이도 해결했는데
나는 그 제안에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이대로 나오자마자 다시 집에 간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근처의 술집에 어묵탕과 소주 한 병을 시키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이렇게 모르는 사람과 편하게 대화한 게 언제였더라. 이 만큼 많이 웃어본 게 또 언제더라.
바다도 즐거운지 우리는 쉬지 않고 한 병, 두 병 초록 병을 비워냈고
어느새 알딸딸하게 취기가 돌았으며 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말을 바다에게 다 쏟아내며 또 그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며
시간이 지나다 보니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왔다.
아쉬움을 남기며 우리는 마지막 잔을 마시고 일어나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당연하게도 혼자 가려는 마음으로 뒤를 돌았고
바다는 내 옆으로 붙어 이 늦은 밤에 어떻게 혼자 보내냐며 데려다준다고 했다.
나는 처음 받아보는 호의에 어색했지만 보호받는다는 느낌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 알겠다고 했다.
집에 가는 길이 평소와는 달랐다.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마음이 간질거린 건지, 옆에서 걷는 바다가 있어 떨려 온 건지,
아님 평소보다 많이 마신 술에 취해 심장이 뛰는 건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평소같이 즐겁지 않았다. 밤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집에 다시 돌아왔고 나는 바다를 보내야 했다.
오늘 만나서 반가웠다는 형식적인 이야기를 바다에게 전했고, 뒤를 돌아 어두운 한 칸짜리 방으로 돌아왔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생각이 났다. 바다의 웃음소리.
깊이 다정했고 맑게 순수했으며 편안한 바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