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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

우리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사랑은 시작되었다

by 지원

시험이 끝난 날이었다.

나는 평소와 시험지를 제출하고 강의실을 벗어나 후련하다는 감각을 느꼈다.

뿌듯함보단 아쉬움이 남는 시험이라 마음이 밍밍했다.


오늘 같이 술 마실래?

필요했던 타이밍에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는 누군지 궁금하게 만들었고

혹시나 그가 아닐까 기대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 바다야. 아름이한테 번호 물어봤어.

그다음으로 온 문자는 너라는 확신을 주었고

긍정의 대답을 하기에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좋아, 그때 봤던 포차에서.

문자에 답을 보내고 나는 곧장 집으로 가 샤워를 했다.

첫 만남 때와는 다르게 화장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옷으로 갖춰 입은 후 바다에게로 향했다.


-

술집으로 들어가자 너는 해맑게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오늘 이쁘게 입었다.

처음 들어보는 칭찬에 당황해 대답을 얼버부리며 얼른 앉았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험이 끝나서 그런지 보고 싶던 얼굴을 봐서 그런지 계속 웃음이 났다.

우리는 첫 만남처럼 또 기분 좋을 만큼 취했으며

알딸딸한 느낌에 노래를 흥얼거렸고 그 술집의 마감을 함께했다.

그날처럼 바다는 나를 데려다준다고 하며 우리는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


조금 달랐던 점은 그날의 시원한 바람을 더 느끼고 싶어 놀이터에 들렀다는 것이다.

우리는 놀이터 그네에 앉아 하늘로 붕 떴다 다시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다.

마치 내 마음과 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네를 타며 신나서 이야기하던 너를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바다도 내가 보고 싶었을까? 나는 바다가 왜 보고 싶던 걸까.


갑자기 조용해진 나를 보며 이야기를 멈춘 바다는 왜 그러냐고 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물음이 멈춰서 바다의 눈을 맞췄을 땐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깊은 바다를 헤엄치고 싶었다. 저 눈동자 깊은 곳을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바다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두 입술은 포개어지고 하나가 되었다.

태어나 맛본 적 없는 달큼함에 발끝이 짜릿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거부하기보단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바다의 입술은 따뜻했으며 부드러웠다.


우리 집에서 한잔만 더 할래?

아쉬움이 남는 나는 바다에게 제안했고 바다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들어갈 때와 다르게 손을 잡고 놀이터를 빠져나왔고

편의점에서도 잡고 있었으며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떨어질 줄 몰랐다.


그렇게 도착해 나만의 공간에 바다가 들어왔다.

내가 먼저 바다에 들어가기 전 나의 바다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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