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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by 지원

어둠과 빛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다.

어둠은 늘 빛을 부러워했다.

빛의 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했고

웃음이 늘 공존했다.


사람들은 그런 밝은 빛을 좋아하고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늘 빛의 동선을 따라다녔다.


빛을 짝사랑하는 이는 많았다.

거의 모두라고 볼 수 있지.

빛의 존재는 모두를 기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미워했다.


그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늘 불안하고

자신의 존재가 잊힌 듯

세상은 어둠에겐 불공평했으니.

어둠이 보내는 하루엔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이 가득했다.

늘 공허했고 혼자였다.


빛은 그런 어둠을 늘 지켜봤다.

동시대에 살아가지만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

빛은 어둠을 따라갈 수 없었다.


자유로워 보여.

나도 저렇게 해방될 수 있을까.

모든 이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늘 웃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질타를 받지 않아도 된다니.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세상.

빛은 어둠을 동경하고

어둠은 빛을 경멸했다.


어떻게 빛은 늘 밝을 수가 있지.

이렇게 세상이 어두운데

매일이 즐거울 수가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으로 끝나는 말들,

이렇게 어두운데, 나는.

이렇게나 심오한데, 나는.

근데 너는.


어느 날 버티다 버티다 힘겨운 날에,

결국 빛이 버티지 못하고 숨어버렸다.


어둠은 그럼 그렇지

어떻게 늘 밝을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다 욕심이 커져 빛을 잡아먹는 건 어떨까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궁금해졌다.


어둠은 조금씩 조금씩 빛에게 다가갔다.

기력이 빠진 빛은 그저 다가오는 어둠이 반가웠다.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빛은 어둠에게 다가갔다.

너도 알 거야,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피하는지.

나는 너무 밝아서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않아.

외롭지만 늘 밝아야 한다니,

넌 기쁠 때도 늘 슬퍼야 하잖아.


나도 너처럼 슬플 때, 힘들 때, 외로울 때

마음껏 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어둠은 증오하던 그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그를 덮치고 싶은 마음을 돌려

그를 품어주고 싶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이미 잔인한 붉은 색으로 물든 나와 비슷한 존재.


어둠은 빛에게 말했다.

이제 힘들 때 언제든 내 뒤로 와서 숨어.

내가 너를 품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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