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1)
<<돈의 심리학>>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어. 우리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 여기서 말하는 부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야. 돈은 충분하지 않아도 마음만은 풍족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지.
물론 '돈이 많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네가 많다고 생각한 기준만큼이라고 스스로 정하면 돼.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 니가 정한 기준은 뭐고, 그런 돈이 왜 필요한지 얘기해볼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많다고 느끼는 돈의 기준은, 얻고자 하는 물질 또는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즉, 내가 원하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결핍'을 느끼지 않는 때가 비로소 돈이 많은 상태, 부자가 되는 거예요.
저는 결핍의 해소가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돈이 없어서 내가 바라는 어떤 것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런 처지를 비관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많은 돈을 소유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추구'라고 생각해요.
너는 결핍을 느끼지 않는 삶,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니가 결핍을 느끼지 않는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 원하는 어떤 것을 포기하거나 절제하며 살 수 있니?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자동차를 가지고 싶은데 미래의 풍요로움을 위해 포기하는 것 말이야.
당연히 포기하면서 살 수 있고 오히려 그게 더 행복한 삶일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우리가 보통 여행할때, 여행 가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들이 설레고 행복하잖아요. 여행 딱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준비할 때 만큼의 즐거움은 아닌 것 같아요. 이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에 제가 누리고자 하는 풍요로움에 대한 꿈과 목표가 확고하다면 그걸 위해 지금의 욕구들을 조금씩 포기하는 과정 또한 행복한 삶의 일부분일 것 같아요. 포기하는 것 만큼 미래의 풍요로움에 대한 기대감이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에 절제는 지속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봐요.
그럼 니가 생각하는 미래라는 것은 어디쯤이니? 언제까지 니가 갖고 싶은 것을 포기하며 절제하고 살아야하는 건지 궁금하네.
미래가 어떤 시기로 딱 결정되어 있는 건 아녜요. 사회통념적으로 이 나이에는 이 정도의 돈을 모아야 한다. 또는 이 정도의 스펙은 있어야 한다와 같은 기준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예를 들면 집을 장만하는 시기,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기 등으로요.
만약 지금 당장의 만족이나 욕구 충족을 위해 돈을 써버려서 암묵적으로 정해진 기준들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면 미래에 내가 느낄 상실감은 지금 내가 포기함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크고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미래의 나를 대접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재의 '포기'와 '절제'는 필수 덕목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거 같아요.
이건 좀 극단적인 질문이기는 하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 유한한 존재이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기도 하잖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볼때 '욜로'가 저축하며 검소하게 지내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니?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참으며 계속 살아갔는데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면 그거만큼 억울한 일은 없을 거예요. 다만 그 이유로 욜로만을 중시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거 같아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나를 위한 소비를 이어간다면 당장은 만족할 수 있겠죠.
하지만 들인 노력이 클수록 그 보상이 더 값지게 느껴지기 마련이므로 욜로만을 제 인생관으로 삼는다면 제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은 갈수록 무뎌질 수 밖에 없고 이는 허무주의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억만장자들 보면 명품도 안하고 그냥 아무거나 걸치고 돌아다니잖아요. 그것만 봐도 부는, 절제를 통한 검소함이 전제되어 있을 때 얻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때문에 절제가 욜로보다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네요.
와우!! 우리 아들은 '돈'을 다루는 것에 대한 나름의 확실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네. 엄마는 20대에 '부'의 개념조차 생각해보지 않았고 어떻게 모으고 쓸지에 대한 가치관도 정립되어 있지 않았거든. 무엇이 '돈', '부' 에 대한 너의 일관적인 생각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런 부분은 다음에 얘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