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있다. 산문집 제목은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이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쓰신 이오덕 선생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버젓하게 남 보기 좋은 글을 쓰도록 지도하는 교육 현실을 꼬집으며 자기의 경험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 진짜 성장이 이루어지고 또 그 자체가 놀라운 글이 되는 거라 말씀하셨다. 그런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 보는 학생들의 글에도 감동을 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머리로 만들어 꾸며 쓴 것 같은 글이 있다. 경험하지 않은 흉내내는 글에는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으니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짧고 간결한 '시' 한편으로 진한 여운을 주거나, 큰 울림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정호승 선생님이 쓰신 시에는 그런 힘이 있는 거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정호승 선생님의 시는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인생이 묻어나 있어서 읽기에 편하고 여러 번 되뇌이면서 더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게도 한다. 특히 이 책은 시를 소개하고 그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산문으로 함께 넣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 중 '햇살에게' 라는 시를 소개하고 싶다.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261p)
먼지를 드러내는 밝은 햇살, 빛이 있기에 작은 존재도 보이게 만든다. 때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 마저도 빛은 여지없이 비춰 기필코 정체를 밝힌다.
시인은 허공에 떠도는 먼지를 바라보며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저런 먼지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에 온몸이 움츠러들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으로 과잉된 자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자신을 몇 겹씩 포장해놓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햇살에 비춰진 먼지를 바라보며 깨달았다고 한다.
시를 통해 정호승 선생님의 겸손함과 삶에 대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먼지와 같은 보잘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먼지조차도 찬란한 사랑과 은혜로 밝게 비춰주는 햇살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함을 새삼 깨닫게 한 시였다.